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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Jun 16. 2024

강화도의 문화공간 멍때림 채플

* 저는 멍때림 채플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햇살이 너무 좋아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어디를 가볼까 찾던 중, 강화도에 있는 '멍때림 채플'이란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채플'이라고 하니 교회인 것은 분명한데, '멍때림'이라는 단어가 교회의 성스럽고 축복 넘치는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묘한 매력을 뿜어냈습니다. 검색해보니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기억나시나요? 극 중에서 혜정이 이사라의 흰색 원피스를 남자에게 선물 받은 것처럼 입고 왔다가 굴욕을 당하고 서열 정리가 되는 그 장면이요.

어쨌든 둘러보기로 결심하고 무작정 차에 올라 강화도로 향했습니다. 조금 일찍 더워진 날씨였지만 이 정도면 견딜 만했습니다. 하늘도 무척 예뻤고요.

초지대교를 건너 동막 해수욕장 바닷길을 따라가다 보니 작은 시골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알고 찾아오지 않는 이상 쉽게 방문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멋진 공간을 본 후에는 그 생각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구불구불한 작은 언덕길을 지나 절을 끼고 올라가니 '멍때림 채플'이 나타났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물을 전체적으로 둘러보았습니다. 카페에 들러 달달한 초코음료를 한 잔 들고 창가에 앉았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우뚝 솟은 마니산과 넓게 펼쳐진 강화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알 수 없는 희열이 꿈틀거렸습니다. 얼른 잔을 비우고 카페 건물을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건축가 이은석님의 미니멀한 특징이 잘 살아있으며, 멍때림을 등지고 들어오는 빛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멍때림은 카페와 채플, 묵상을 위한 갤러리와 도서관, 게스트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늘, 바다, 나무, 소리, 공간의 향연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묵상을 위한 기적의 콘크리트 상자'라는 건축의도를 떠나서,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상관없이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합니다.

방으로 구분된 공간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정리할 수도 있고, 수백 권의 책이 놓인 도서관에서 치유의 글들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공간에서 잠시 안정을 얻을 수도 있고요. 물론 야외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힐링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요즘,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방문해 몸과 마음을 비워내며 말 그대로 '멍 때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멍때림 전체를 새로운 형태의 교회라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기존 교회가 사람을 데려온다면 우리 교회는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교회입니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문화이고 공간입니다. 문화를 통해 복음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 온종일 있어도 지겹지 않은 공간, 이것이 멍때림입니다.'

멍때림 채플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1970-34

운영시간 : 평일 10:30-18:00/주말 10:30-19:30

연중무휴

010.4275.9280

https://www.instagram.com/mung_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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