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렌즈니, ED 렌즈니, L 렌즈니 하면서 렌즈 특성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니, 초창기의 형석렌즈까지 말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만 하고 끝났으면 좋으련만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제 성격이 또 일을 저질렀습니다.
Argus c3, 이베이에서 이 카메라를 3대나 질러버렸단 말이죠. 초창기 카메라 렌즈 원료는 형석이었습니다. 지금에야 대부분의 카메라 렌즈들이 유리나 압축 플라스틱에 광학 코팅 처리가 되었지만, 카메라 발명 초창기에는 무코팅 형석렌즈였죠. 1930년대까지 수공업으로 만들어지다가, 질 좋은 형석 광산이 없어져가면서 렌즈 원료가 바뀌게 된 것입니다.
형석렌즈는 높은 투과율(빛의 흡수)과 파장의 분산(색분산)이 적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 유리를 사용한 렌즈보다 색수차를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광학 기술과 코팅 기술이 발달한 현재 렌즈들에 비하면 선명도나 주변부 흐림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자연스러운 느낌과 원색의 재현력은 뛰어납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구면렌즈는 빛이 렌즈를 통과할 때 중앙부와 가장 자리의 투과율이 달라서 정확한 초점이나 색이 선명하지 못한 현상을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구면수차’인데, 구면수차를 해결하기 위해서 비구면 렌즈를 같이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죠. 코팅이 되지 않은 형석렌즈는 디지털의 쨍함이 아닌 자연스러움과 따뜻함을 간직한 렌즈입니다. 하이라이트와 쉐도우의 디테일도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요(라이카에서도 형석렌즈를 만들지만 가격이 비싸고, 고가의 카메라 렌즈들에 형석렌즈를 1장씩 넣기도 합니다).
형석렌즈를 사용해서 촬영하면 느낌이 어떨까 생각하다가, 이 첨단 디지털 시대에 갑자기 올드한 필름카메라를 지르게 된 것입니다. Argus c3, 일명 ‘해리포터 카메라’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영화 ‘캐롤’에서 여주인공 테레사가 가지고 있던 1930년대 카메라입니다. 이 카메라에 사용된 50mm f3.5 cintar 렌즈가 바로 형석렌즈구요.
일명 ‘벽돌카메라’라고도 불리며, 카메라 전면 왼쪽 상단에 있는 초점링을 돌려서 초점을 맞춥니다. 파인더는 2개이며 오른쪽에 있는 파인더로 초점을 맞추는 방식입니다. 디자인 소품용으로 쓸 만한 카메라를 3대나 질렀으니, 집에 고이 모셔둔 비싼 필름을 이제 사용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집에 쉬고 있는 니콘 FM2 2대와 F2 카메라가 항의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