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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_롤랑 바르트의 철학적 변화 이해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를 이해하기 위한 보충 자료

by 채 수창


롤랑 바르트에 대해서 알아보면, 그의 철학적, 인문학적 사조가 '구조주의'에서 '후기구조주의'로 변화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카메라 루시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살펴 보겠습니다. 우리가 철학적 이야기를 깊게 하자는 것이 아니므로, 롤랑 바르트의 사상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간단하게 살펴봅니다.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는 롤랑 바르트가 사진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방식, 그리고 사진에 대해서 글을 쓰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필요한 바탕 지식입니다.


1. 사진을 '읽는' 방법: 구조주의


우리가 사진을 찍거나 볼 때, 단순히 눈앞의 풍경을 담아내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 안에 더 깊은 의미가 숨어있을까요?


구조주의는 마치 건물의 설계도를 보듯이 사진을 분석합니다. 건축가가 기둥, 벽, 지붕의 관계를 통해 건물 전체를 이해하듯이, 구조주의자들은 사진 속 요소들이 어떻게 배치되고 연결되어 의미를 만들어내는지 주목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여러분이 한 장의 졸업사진을 본다고 생각해보세요. 학생이 가운데 서 있고, 부모님들이 양옆에 서 있으며, 학교 건물이 배경이 됩니다. 구조주의자는 이런 배치가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학생이 중앙에 있는 것은 교육의 주체임을, 부모님들의 위치는 보호자나 안내자임을, 학교 건물은 교육의 울타리임을 보여주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구조주의는 사진을 일종의 '언어'로 봅니다. 단어들이 모여 문장을 이루듯, 사진 속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합니다. 흑백사진이 '진지함'을, 밝은 색상이 '희망'을 상징하는 것처럼, 사진에도 문법이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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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주의(Structuralism)는 20세기 초중반에 등장한 철학적, 인문학적 방법론으로, 인간의 문화, 언어, 사회적 현상을 개별 요소가 아닌 그들 사이의 관계와 구조를 통해 이해하려는 접근법입니다. 이것은 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의 언어학에서 시작되어, 문화인류학(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문학비평(롤랑 바르트), 정신분석학(자크 라캉)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습니다. 구조주의는 현상의 표면적 내용보다는 그 이면의 보편적 구조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2. 사진의 의미는 고정되지 않는다: 후기구조주의


그런데 1960년대부터 새로운 목소리가 등장합니다. "잠깐, 사진의 의미가 정말 그렇게 명확하고 고정되어 있을까?"라고 묻는 후기구조주의자들이었습니다. 후기구조주의는 사진을 완성된 퍼즐이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는 만화경으로 봅니다. 같은 사진도 보는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유명한 사진작가 신디 셔먼의 작품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분장해 촬영합니다. 처음 보면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자세히 보면 "여성의 이미지는 누가, 어떻게 만들어내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셔먼의 사진은 관객에게 "이게 진짜 여성의 모습일까?"라고 끊임없이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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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구조주의(Post-structuralism)는 1960년대 이후 구조주의의 한계와 경직성을 비판하며 등장한 사조로, 구조주의의 보편적이고 고정된 구조 대신 의미의 유동성, 불확정성, 해체를 강조합니다.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질 들뢰즈, 롤랑 바르트(후기) 등이 주요 사상가로 꼽힙니다. 후기구조주의는 권력, 담론, 주체의 구성에 주목하며, 고정된 의미나 진리를 거부합니다.


3. 두 관점의 만남: 사진을 더 깊이 이해하기


구조주의가 '질서'를 찾는다면, 후기구조주의는 '자유'를 추구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함께 사용하면 사진을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진가로서 우리는 구조주의적으로 작품을 구성하면서도, 후기구조주의적으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둘 수 있습니다. 도시와 자연을 대비시키는 사진을 찍을 때, 구조적으로는 직선과 곡선의 대비를 사용하면서도, 관객이 자신만의 해석(발전과 보존, 인공과 자연, 속박과 자유 등)을 할 수 있도록 열어둘 수 있습니다.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의 공통점


- 기호학적 기반: 두 사조 모두 소쉬르의 기호학에서 출발하며, 의미가 기호 체계 내에서 생성된다고 봅니다.

- 언어 중심성: 언어와 텍스트가 인간 경험과 문화를 이해하는 핵심 도구로 간주됩니다.

- 전통적 주체 비판: 고정된 주체(예: 데카르트의 자아)를 거부하고, 주체가 체계나 담론에 의해 구성된다고 봅니다.

- 분석적 접근: 현상을 표면적 내용이 아닌 구조적, 관계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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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진에 끼친 영향


구조주의는 사진을 기호 체계로 보고, 그 형식적 구조와 맥락을 분석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사진은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코드와 기호로 구성된 텍스트로 간주되었죠(이 부분이 롤랑 바르트가 말한 스투디움의 설명이 됩니다). 또한 구조주의는 사진의 구도, 프레임, 조명 등의 형식적 요소가 의미를 생성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반해 후기구조주의는, 사진을 고정된 의미가 아닌 다층적이고 개방적인 텍스트로 보았으며, 사진가와 관람자의 주체성, 권력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후기구조주의는 사진이 단일한 진리를 재현하지 않으며, 관람자의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보았습니다(바로 여기서 롤랑 바르트의 '푼크툼'이 설명됩니다). 또한 사진은 권력 구조를 강화하거나 저항하는 도구로 간주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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