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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의 삶과 철학적 경향 변화

<카메라 루시다>를 읽으면서 생긴 롤랑 바르트에 대한 궁금증 정리

by 채 수창

제가 이번 5월 22일 '카메라 루시다'에 대한 특강을 준비하면서, 전에 롤랑 바르트의 책들을 읽었을 때는 '난해한 사상가'구나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좀 더 많은 내용을 쉽게 전달하려고 하다보니, 더 많은 연구 논문과 석.박사 학위 자료, 외국 원서 등을 읽어 봤거든요. 많은 자료를 읽다 보니까, 롤랑 바르트라는 사람 자체가 더 궁금해 지는 겁니다.

그래서 롤랑 바르트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면, '그가 왜 이런 글을 썼는지, 어떤 철학적, 사상적 기반과 삶의 형태가 난해한 사상으로 발전했는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롤랑 바르트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제가 정리한 내용을 여기에도 공유합니다. 미학이나 철학을 전문으로 강의하는 곳에서는,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에 대한 강의를 짧게는 5회에서 길게는 10회까지 하고 있네요. 그걸 2시간으로 축약하려니까 저도 공부 많이 하게됩니다. 저도 잊고 있다가 다시 열심히 공부하게 해준 회원님들께 감사합니다.

(긴 글을 읽기 싫어하실 회원분들을 위한 요약 정리는 글 맨 아래쪽에 두겠습니다.)


롤랑 바르트(1915-1980)는 20세기 프랑스의 중요한 사상가로, 문학 이론가, 철학자, 기호학자로서 현대 문화 이론과 문학 비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입니다.


1. 사상적 기반과 철학적 변화


1. 초기 : 구조주의와 기호학(1950년대)


롤랑 바르트의 초기 사상은 소쉬르의 언어학에 기반한 구조주의와 기호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바르트는 세상을 언어처럼 구조화 된 기호 체계로 보고, 일상생활 속 다양한 현상(광고, 패션, 음식 등)에 담긴 숨겨진 의미나 신화를 분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1957년의 <신화론>에서 대중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부르조아적 이데올로기를 '신화'로 해체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사회적 구조와 권력관계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이었습니다.


2. 중기 : 후기구조주의로의 전환(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시간이 지나면서 바르트는 구조주의의 엄격함에서 벗어나, 텍스트와 독자의 관계, 그리고 '글쓰기의 즐거움'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저자의 죽음'을 선언하며 작품의 의미를 저자의 의도보다는 텍스트 자체와 그것을 읽는 독자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죠.

1967년 <저자의 죽음>은, 저자의 의도와 고정된 의미를 거부하며 독자의 해석적 역할을 강조한 대표적인 후기구조주의적 텍스트입니다. 이것은 텍스트의 의미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독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서 다양하게 생성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입니다.


3. 후기 : 개인적 경험과 사진에 대한 성찰(1970년대 후반-1980년)


바르트의 사유는 기호학을 넘어서 '텍스트의 즐거움(Plaisir)'과 '즐김(Jouissance)'으로 확장되었고, 후기에는 도덕성에 대한 탐구나 사진에 대한 성찰 등으로 이어지며 더욱 풍부해집니다.


1977년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바르트의 철학은 더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주제로 전환됩니다. <카메라 루시다>에서 바르트는 사진의 본질을 탐구하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스투디움과 푼크툼'을 구분했습니다.


2. 롤랑 바르트의 삶과 인간적인 면모


롤랑 바르트의 삶은 그의 사상만큼이나 복잡하고 개인적인 경험이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계속 결핵으로 인해 학업과 경력이 방해를 받았으며, 이것은 바르트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바르트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인물 중 한 명은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과 유대감은 바르트의 후기 저서인 <카메라 루시다, 밝은 방>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바르트와 어머니의 관계는 특히 깊었으며, 그녀와 함께 60년 이상을 살았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바르트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상실감을 다루고, 사진의 본질에 대해 죽음과 결부시켜 탐구합니다.


바르트는 스스로를 '쾌락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하게 감각적인 즐거움만을 추구했다기 보다는, 사유하고, 글 쓰는 과정 자체에서 오는 지적인 즐거움과 텍스트와의 유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바르트는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이 정체성은 바르트 사후에 알려진 사항입니다)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것은 그의 저서 <사건들>(1987)에서 드러납니다. 이 책은 모로코와 파리에서의 경험, 특히 젊은 남성들과의 관계와 욕망에 대한 기록을 포함합니다.


롤랑 바르트의 정신세계는 그의 복잡한 사상만큼이나 다층적입니다. 바르트는 '욕망의 복수성'을 주장하며, 의미가 하나로 고정되지 않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역설했습니다.


바르트의 글에서 드러나는 분석적인 시각은 세상의 기호와 의미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려는 지적인 욕망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카메라 루시다>에서 어머니의 사진 한 장 앞에서 느끼는 '푼크툼'과 같은 강렬한 감정적 경험을 중요시하는 모습은, 그의 정신이 단순한 분석을 넘어선 깊은 감응과 성찰의 영역까지 포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애도 일기>(2009)는 1977년 10월 25일 어머니가 사망한 다음 날부터 1979년 9월 15일까지의 기록으로, 바르트의 슬픔과 고독, 그리고 현대 사회가 애도를 어떻게 무시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애도를 말하지 마세요. 너무 정신분석학적이에요. 나는 애도 중이 아니에요. 나는 고통 받고 있어요'

<애도 일기>중에서


3. 정리하며


롤랑 바르트는 구조주의에서 출발해서 후기구조주의를 거쳐,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철학으로 나아간 독특한 사상가입니다. 바르트의 삶과 사상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와 그녀의 죽음은 바르트의 후기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바르트의 기호학적 분석과 개인적 경험에 대한 성찰은 현대 문화 이론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바르트의 '스투디움'과 '푼크툼'에 대한 개념은 사진 이론에 혁명적인 통찰을 제공했습니다.


※ 요약 정리


1. 롤랑 바르트의 사상적 기반은 실존주의, 마르크스주의, 구조주의, 그리고 후기구조주의로 형성되었으며, 이것은 바르트의 철학적 사고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바르트의 철학은 초기 이데올로기 비판에서 후기에는 개인적 성찰로 변화했으며, 특히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주제로 전환했습니다.

3. 바르트의 삶은 건강 문제와 어머니와의 깊은 유대(아버지를 어릴 때 여의고), 그리고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과 관련된 개인적 투쟁으로 이어집니다.

4. 정신적 측면에서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깊은 슬픔과 고독을 경험했으며, 이것은 그의 저서 '카메라 루시다'와 '애도 일기'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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