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이라 반말투로 썼습니다)
"죄송하지만, 여기서는 촬영하시면 안 돼요.“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설명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동호회 수업의 일환입니다. 건물 외부만 몇 컷 찍을 뿐이에요. 그리고 저번에도 동일한 상황일 때 같은 설명을 드렸는데요?“
직원은 잠시 망설이다 자리를 떠났고, 나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외벽의 곡선을 따라 건물 정원 쪽으로 프레임을 이동하던 중, 같은 직원이 다시 다가왔다. 이번에는 조금 더 단호했다.
"어디서 촬영하러 오신 거죠? 허가는 받으셨나요?“
두 번의 제지에 촬영을 중단하고, 우리는 박물관 내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귀가하려 계단을 내려가던 중,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계단의 곡선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카메라를 들어 한 컷을 찍는 순간이었다.
"저기요, 촬영하시면 안 돼요. 계속 촬영하시면 시큐리티를 부를 거예요.“
그 순간 나의 참을성은 한계에 다다랐다. 피곤함이 밀려 오면서 내 안에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다.
"아니 저희가 사진을 찍어서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공공기관에서 이러는 게 말이 됩니까?"
"지적재산권이 있어서 사진 찍으면 안 돼요."
"아니 제가 전시물을 촬영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건물도 지적재산권이 있어요."
"우리들 세금으로, 모두에게 이용하라고 만들어진 공공 성격의 건물이 지적재산권이 있어서 사진 한 장 못 찍는다면, 꽁꽁 싸매 놔야지 뭐하러 일반에게 공개합니까? 지적재산권을 말하면서 공정이용이란 말은 모르세요?“
내 목소리는 높아졌고, 다른 분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순간 나는 '사진을 찍을 권리'만을 주장하는 화난 사진가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의 감정은 여전히 소용돌이쳤다. 화가 났지만,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도 느껴졌다. 촬영에 대한 제한을 이해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욕구에만 집중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면, 문자박물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저작권, 보안, 관람객 관리 등 다양한 이유로 촬영 정책이 있을 수 있다. 직원들은 그저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었다. 특히 마지막 '시큐리티를 부르겠다'는 말에 과잉 반응했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어쩌면 그 직원도 반복되는 상황에 난감했을 수 있고, 정해진 프로토콜을 따랐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 갈등은 서로 다른 두 가지 가치관의 충돌이었다. 나에게는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하고자 하는 사진가로서의 본능이 있었고, 박물관 측에는 공간을 관리하고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사진가로서 우리는 종종 '볼 권리'와 '찍을 권리'를 당연시한다.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때로는 그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잊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공간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있다. 그것은 물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상호 존중의 영역이기도 하다.
나는 즉시 문자박물관의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관람 시 유의사항'에는 '플래시나 삼각대 등을 이용한 촬영과 상업적 용도의 촬영은 금지합니다'라고만 되어 있었다. 이것 이외에는 어떤 제한 사항도 찾을 수 없었다. 수수께끼 같은 이 상황에서 문득 어떤 말이 떠올랐다. "사진을 찍기 전에 항상 두 번 생각하세요. 한 번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또 한 번은 윤리적인 측면에서요.“
가끔은 셔터를 누르지 않는 것이 더 깊은 존중의 표현일 수 있다. 소중한 순간을 놓치는 듯한 아쉬움이 있을지라도, 그것은 다른 종류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내가 사진을 찍을 때 고려하는 것은 빛과 구도만이 아니어야 한다. 그 공간의 성격, 규칙,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까지도 프레임 안에 담으려 노력해야할 것이다. 때로는 인내가 필요하고, 때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송도 문자박물관에서의 경험은 내게 또 다른 교훈을 주었다. 사진가로서의 열정이 때로는 눈을 멀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진정한 시각적 이해는 렌즈를 통해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규칙이 때로는 우리의 창의성을 제한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은 또한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허가를 받고 다시 카메라를 들게 된다면, 건물의 곡선은 그때와 다르지 않겠지만, 내 시선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진정한 시야는 때로 카메라를 내려놓고 바라볼 때 열린다.
나는 내일도 셔터를 누를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누르지 않을 것이다.
<공정 이용>
저작권법 제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⓵ 제23조부터 제35조의 4까지, 제101조의 3부터 제101조의 5까지의 경우 외에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⓶ 저작물 이용 행위가 제1항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1. 이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4.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저작권법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공정이용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저작권에 대한 특수한 경우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