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벽이 화면을 장악한다. 질감도, 균열도, 그림자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색이 전부다.
상단에 주황색 말풍선 모양 낙서가 큼직하게 적혀 있다. "it's Hollow inside."
비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이 벽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빈틈없이 채운다. 색도, 면적도, 압도적인 존재감도 마찬가지다. 참 아이러니하다. 텅 비었다는 것은 애초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 같다. 입을 여는 순간, 그 빈 공간은 이미 어느새 다른 무엇으로 채워진다. 이 사진은 바로 그 모순적인 순간을 포착했다.
오른쪽 아래에는 의자 등받이의 일부가 살짝 프레임 안으로 파고든다. 누군가 여기에 앉아 있었을 수도 있고, 이미 자리를 떴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 "부재의 흔적"만이 사진 속에서 유일하게 입체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점이다. 벽의 평면성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비어 있음은 오히려 누군가 말로 꺼냈을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