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것들의 목록

by 채 수창

부모님이 없는 명절,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허전함을 채우려고 한 게 아니라, 단지 텅 빈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사진은 채우는 도구가 아니라 견디는 방식이다. 뷰파인더로 보면, 비어있음조차 형태를 갖는다.


빛이 난간 사이로 스며들어 그림자의 리듬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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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너머에 흰 의자가 있다. 앉을 수 있는 공간이지만 닿을 수 없다. 반사와 투명 사이 어딘가, 이 공간은 누군가를 위해 준비되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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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이 어둠을 품는다. 흰 불빛만이 그 어둠 끝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어둠과 돌벽, 위태롭게 이어진 흰 조명만 겹겹이 남았다. 터널은 지나가야만 의미가 있다. 그 안에 멈추는 순간, 그 공간은 갇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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