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이 지나간 연휴의 끝.

by 채 수창

바닥에 남은 것은 그림자뿐이다. 본체는 프레임 밖에 있고, 카메라는 그것을 찾지 않는다.


커브를 그리며 화면을 가로지르는 어둠의 띠가 화면을 둘로 나눈다. 경계선은 직선이 아니라 유선형이다. 오른쪽 하단, 그 흐름에서 벗어난 가로등 그림자 하나가 홀로 바닥에 붙어 있다. 가늘고 둥근 머리를 가진 그것은 주된 어둠의 띠와 닿지 않는다. 같은 성질이지만 다른 자리다.


그림자는 기호학에서 지표다. 원인이 된 사물이 존재했음을 증명하지만, 그 사물 자체는 보이지 않는다. 연휴가 지나간 감각이 이 구조와 같다. 무언가 있었다.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별로 한 것도 없이 흘러갔다.


도가는 이것을 허(虛)라 부른다. 비어있음이 곧 충만이라는 그 말이, 오늘은 위로인지 변명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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