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서면 검은 것들은 아무 말이 없다. 그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가서지도, 물러서지도 않은 채 세상의 절반을 조용히 차지한다. 빛은 언제나 어딘가를 향해 흘러간다. 둥글게 휘어지면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어둠의 등 위로 흘러내려 자신의 모습을 바닥에 드리운다.
면 위로 흐르는 그림자는 유연하다. 날카롭게 자르는 대신 부드럽게 스며든다. 마치 설득하듯, 슬며시 파고든다. 그 안에는 조용한 단호함이 숨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찬란함과 어둠이 서로에게 기대어,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아마 그것이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