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꽃과 같다' - SNS 사진 수업중

by 채 수창

어둑한 풀숲과 바싹 마른 줄기들, 그리고 짙은 어둠뿐인 배경. 나는 카메라를 들고 딴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시야 한구석에 걸렸다. 물을 머금은 걸레는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고, 대걸레 중앙에는 빛이 세 줄로 드리워져 있었다. 그 빛줄기가 없었다면, 그냥 어둠 속에 묻혀버렸을 것이다. 일부러 찾으려 했던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물렀다.


셔터를 누르기 직전, 문득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너는 풀 속에 숨어 있는 꽃과 같다.”


물론 대걸레를 꽃이라고 할 순 없다. 벌써 쓰다 버려진 물건일 수도 있고, 여기에 있어야 할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프레임 안에서 유일하게 빛을 받고 있는 건 저것뿐이다. 주변을 밝혀주지도 않고, 눈에 띄게 화려하지도 않다. 그저 제 자리에, 아무도 눈길 주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묵묵히 빛을 받고 있을 뿐이다. 사실, 숨어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건데, 내가 이제야 눈치챈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내가 늘 다른 데만 시선을 두었던 건 아닐까. 분명히 빛을 받을 자격이 있는데, 정작 그 누구도 렌즈를 들이대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찍은 뒤에도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바람이 풀을 스치며 줄기를 흔들었다. 대걸레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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