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사쿠라_필름 특강 수업중

by 채 수창

빨간 꽃무늬 상의에 검은 바지, 흰 운동화.


허리를 굽혀 문틈을 들여다보는 그 자세가 꼭 화투패 3월의 사쿠라를 떠오르게 한다. 작고 납작하면서도 선명하다. 골목 안에서 혼자만의 색을 지닌 채 서 있다.


골목에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이 벽에 그대로 남아 있다. 노란 가스 계량기와 녹이 슨 분홍색 배관, 얼마 남지 않은 스티커까지. 회색 벽 위에 드리운 그림자가 마치 나뭇가지처럼 누워 있다. 상가들과 젊은이들이 떠나고, 간판도 내려갔다. 결국 골목만이 남았다.


할머니는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무엇을 찾는지는 알 수 없다. 인기척일지, 잠겨 있는 문일지, 아니면 그곳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인지, 그저 등이 보일 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화투패는 혼자 있을 땐 아무런 의미가 없다. 판도, 다른 패도 필요하다. 그래도 이 골목에서 저 할머니는 혼자서도 빨갛게 남아 있다. 판이 없더라도 화투패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킨다. 벽돌 바닥의 줄눈이 골목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모여든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골목에서 할머니는 여전히 허리를 굽히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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