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셔터 앞에서_필름 사진 특강 중

by 채 수창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페인트가 벗겨진 갈색 기둥, 먼지가 내려앉은 보도블록.

셔터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뚜렷한 한 줄의 선, 그림자가 보였다.

나는 셔터를 찍지 않았다. 그림자를 찍었다.


사진을 대하는 내 방식은 이렇다. 대상의 겉모습보다는, 그것이 빛과 맺는 순간을 포착하려 한다. 갈색 기둥은 그냥 기둥일 뿐이지만, 그 기둥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의 각도는 하루 중 잠깐만 나타난다. 나는 그 짧은 시간을 기다려 본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에서 ‘푼크툼’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했다. 의도하지 않은 작은 부분, 바라보는 사람을 찌르는 듯한 디테일이다. 내가 이 사진에서 느꼈던 푼크툼은, 그림자가 셔터를 가로질러 만들어낸 리듬이었다. 수평의 금속 선들 위에 사선 그림자가 얹히는 순간, 두 방향의 선들이 부딪히고 화면에 긴장이 감돈다. 누구도 일부러 세우지 않은 구조물이, 잠깐 빛에 의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 순간을 나는 우연히 목격했다.


평범한 일상 사진이 예술이 되는 길은 특별한 대상을 찾는 데 있지 않다.

버려진 공장이나 드문 꽃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닫힌 가게 앞, 표정 없는 기둥, 그 위로 스치는 그림자 하나면 충분하다. 내가 할 일은 그 관계가 가장 치열해지는 시간과 각도를 찾아내는 것이다. 화면 바깥 어딘가에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원인은 보이지 않지만, 결과만 화면 안에 남는다. 나는 바로 그 구조에 마음이 끌렸다.


채워진 것보다는 비어 있는 것이 화면을 지배할 때, 사진이 설명을 멈추고 공간 그 자체가 된다는 걸 오랜 촬영 끝에 알게 됐다.


기술은 이 모든 걸 뒷받침하는 도구다. 노출을 밝게 했더라면 그림자는 없어졌을 것이다. 콘트라스트를 낮췄다면 긴장감도 사라졌을 거다. 나는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남기기로 했고, 이 선택이 사진의 분위기를 결정했다.


일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셔터는 내일도 내려가 있을 테고, 기둥도 여전히 갈색일 것이다. 달라지는 건 빛의 각도와, 그 앞에 서 있는 나의 시선이다.

DSC_6705 copy.jpg


작가의 이전글3월의 사쿠라_필름 특강 수업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