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라켓 소년단'
가슴 설레는 사랑 이야기도 아닙니다.
격정적인 멜로도 아닙니다.
음모와 계략이 난무하는 정치 이야기도 아닙니다.
김치로 싸대기를 날리는 막장도 아닙니다.
자극적인 카메라 워크도 없습니다.
그런데 가슴이 설렙니다.
어린 시절 풋풋했던 첫사랑의 기억에 흐뭇해집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이야기에
수시로 웃음 짓다가 때로는 눈물도 흘리다가
한 회 한 회 지나갑니다.
TV 자체도 드라마도 좋아하지 않는
제가 요즘 푹 빠져있는 sbs 드라마,
'라켓 소년단'입니다.
드라마 '라켓 소년단'은 2021년 5월 31일부터 방영 중인 sbs 월화 드라마입니다. 배드민턴으로 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열여섯 살 소년소녀들이 땅끝 마을 해남 농촌에서 만들어가는 성장드라마입니다. 완전 오합지졸 해남 서중 배드민턴부 '라켓 소년단'의 소년체전 도전기이자 전원생활을 꿈꾸는 도시인들에게 보내는 자급자족 농촌 라이프입니다.
친구의 빚보증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어쩔 수 없이 땅끝마을 해남 서중 배드민턴 코치로 오게 된 윤현종(김상경 분)과, 야구부 생활을 하다 아빠 따라 원치 않는 전학을 오게 된 아들 윤해강(탕준상 분), 그리고 최연소 배드민턴 국가대표를 꿈꾸는 소녀 한세윤(이재인 분)이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축입니다. 여기에 결혼 10년 차, 도시생활에 지치고 삶에 막바지에서 땅끝마을을 찾아 생을 마감하려던 부부의 이야기가 더해집니다. 그 외의 출연진들이 다양한데, 어쩜 이렇게 누가 주인공인지 모를 정도로 각각의 개성을 살려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는지 신기한 드라마입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쓴 정보훈 작가 특유의 힐링 작품입니다. 감빵에서 해남으로, 야구에서 배드민턴으로 소재만 바뀐 것뿐입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도 작가 특유의 대사 처리와 곳곳에 숨어 있는 힐링과 배려를 느꼈는데 '라켓 소년단'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저는 5회까지 보는 동안 저도 모르게 미소 짓다가 소리 내어 웃고, 눈물도 두 번이나 찔끔한 드라마입니다. 아직 극이 종료하지 않고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 각각의 캐릭터들이 보여줄 이야기들이 너무 기대되는 드라마입니다.
2년여에 가까운 코로나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친 요즘, 정말 봄날의 싱그러운 햇살과 초록 내음 가득한 드라마입니다. 가슴 아렸던 첫사랑의 기억을 안고 계신다면, 자극적인 드라마 소재에 지쳐있다면 적극 추천드립니다. 아무런 부담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이런 드라마는 시청률 3-40%는 나와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인데 현실은 7%대에 머무르는 점이 아쉽네요.
힐링이 필요하세요? 그럼 '라켓 소년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