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매일 기록을 갈아 치우는 듯합니다. 이제 7월의 끝자락인데 8월, 9월 초까지 어떻게 견디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지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견뎌내고 화사한 가을을 맞이하겠죠. 너무 덥다 보니 사진을 찍으려고 일부러 시간을 낸다는 것이 고역입니다. 강렬한 햇살은 모든 것들의 디테일을 강하게 대비시켜 거친 느낌의 사진을 만듭니다. 이럴 때는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따로 대상이 되는 피사체를 찾지 말고 일상 속에서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을 권합니다. 즉, '일상에서 만나는 사소함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기'입니다. 사진은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 일상의 기록이자 일상 속에서 만나는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예술로 만든다'라고? 어떻게? 특별한 변화 없이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인데 그 속에서 어떤 것이 특별할까요? 매일 눈뜨고 출근하는 삶 속에서 만나는 어떤 것들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내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 의문스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평범하게 만날 수 있는 일상에서 약간의 보정과 감성으로 쉽게 sns를 장식할 사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들린 헤이리의 '식물 감각'이라는 레스토랑입니다. '헤이리에서 가장 오래된 파스타 맛집'이라는 입구 설명에 걸맞게, 건물은 오래되고 낡았습니다. 밤이었다면 감성에 취해 멋있었을 내부와 베란다도 강렬한 햇살로 인해 느낌이 반감됩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흰색 벽면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여기저기 쌓아져 있는 빈 와인병들이 나름 운치를 더합니다. 자, 이때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나옵니다. 바로 '주의 깊게 관찰하기'입니다.
디자인이나 사진 구도하면 무척 어려운 것처럼 들립니다. 디자인이나 구도 등을 잘 알아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하는데 배운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어린 시절 이 나라 교육 현실의 치열함에 편승해 너도나도 미술학원을 안다녀 본 사람이 없을 정도니까요. 어린 시절 익혔던 미술의 기초와 살아오면서 마주쳤던 수많은 디자인과 디자인 요소들이 기본기를 탄탄하게 해 줬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주의 깊게 사물을 관찰하면서 여러 방향으로 촬영해보면 되는 겁니다.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창틀 아래 질서 없이 늘어진 와인병들이 보입니다. 잠시 관찰하다 빛의 또 다른 이면인 '그림자'를 살리기로 마음먹습니다. 와인병들을 위로 배치하고 바닥의 무늬가 대각선을 이뤄 동감을 나타낼 수 있도록 프레임을 비틉니다. 바깥의 나무 그림자와 와인병 그림자가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하고 촬영합니다. 그림자의 명암대비를 살리기 위해 스냅 시드에서 '기본 보정'으로 조절합니다. 대비와 음영을 많이 올려주고, 하이라이트를 낮춰서 그림자를 강하게 만들어줍니다. 제 느낌대로 됐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요리를 주문하니까 테이블 세팅을 해줍니다. 오랜 시간을 머금은 갈색 테이블에 흰색으로 세팅이 됩니다. 와인병을 담은 사진에서 대비를 살렸으므로 동일하게 대비를 강조하려고 생각합니다. 이때 '일상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기'위한 두 번째 조건이 떠오릅니다. 주의 깊게 관찰했으면 '대상을 비교하고 느끼는 것'입니다. 이렇게 촬영하면 어떨지, 저렇게 촬영하면 어떨지 비교해봅니다. 또한 내가 오늘 봤던(촬영했던)것들과 어떤 동일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색다른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이 장소에서 느낀 감정은 '대비'였으니까 그 부분을 비교해서 살려보려 합니다. 흰색 셋팅지와 접시를 촬영합니다.
프레임 안에 사각형과 원을 적절한 비율로 배치해서 디자인적 감각을 살립니다. 스냅 시드 '기본 보정'에서 흰색을 더욱 흰색답게 하기 위해 밝기와 하이라이트를 올려줍니다. 대비를 강하게 하기 위해 채도를 빼서 테이블을 검은색에 가깝게 만들어 줍니다. 마찬가지로 대비를 강하게 하기 위해 분위기를 낮춰 디테일한 표현을 포기하고, 대비를 올려주고 음영을 거의 나타나지 않게 낮춰줍니다. 거의 무채색에 가까운 사진이 완성됩니다. 동일 장소에서 동일한 느낌으로 대비를 표현했습니다. 사진 디자인 요소 중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대비'입니다.
페스츄리와 같이 여러 겹으로 되어 있는 도우로 만들어진 피자가 맛있었고, 역시 타이틀 그대로 파스타가 맛있는 '식물 감각'이었습니다. 두 장의 사진을 찍고(입구 컷까지 하면 세장이군요)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습니다. 많이 찍는다고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주목적이 맛있는 식사니 까요. 먹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첫 번째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 두 번째가 주의 깊게 관찰한 사소함을 비교하고 느껴보기입니다. 간단하지만 이 두 가지가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특별하게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조건'입니다. 거기에 더불어 어린 시절부터 탄탄하게 다져온 내 속의 기초를 믿고 촬영하시면 됩니다. 사진은 어렵지 않습니다. 사진은 즐거운 놀이이자 취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