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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연 Oct 01. 2018

엄마 울지마

엄마, 왜 울어? 기뻐서? 슬퍼서?

음악이 좋아서. 

음악 끌까?

아니. 계속 듣고 싶어.


아이와 둘이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갑자기 눈물이 나려는 걸 겨우 참고 있었는데 미처 손쓸 새도 없이 눈물 한 방울이 기어코 뚝 떨어지고 말았다. 한 번 흘러내리기 시작하니 겉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간신히 막고 있던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밥을 먹다 갑자기 울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본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 왜 울어?

기뻐서?

슬퍼서?


언젠가 아이 앞에서 참지 못하고 운 적이 있었다. 그때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에게 기뻐서 운다고 설명해주었다. 아이는 그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딱히 둘러댈 만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으므로 마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핑계를 댔다. 슬플 때 뿐만 아니라 좋을 때도 눈물이 난다는 엄마의 말을 아이는 조용히 삼켰다.


음악이 좋아서 눈물이 나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일 중 하나는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고 그것을 길고 진하게 울어내야 내 안에 쌓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데, 엄마가 되니 아이 앞에서 힘들게 눈물을 참아내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눈물을 참아야 하는 엄마라는 이름이 오히려 나에게 더 많은 눈물을 안겨주었다. 이래저래 왜 이렇게 울 일들이 많은지… 기뻐서 눈물이 나고, 힘들어서 눈물이 나고, 행복해서 눈물이 나고, 미안해서 눈물이 난다. 그러다 어떤 날은 힘들고, 아프고, 우울하고, 행복하고, 미안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그래서 가뜩이나 눈물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는데, 친정엄마의 아프다는 전화 목소리를 듣고 나니 간신히 눌러뒀던 눈물이 왈칵 터지고 만 것이다.


왜 이렇게 할머니 같아? 염색 안 해?

할머니니까 할머니 같지.


그냥 봐도 늙어가고 있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이는 엄마. 괜히 꼬투리 잡고 따지며 툴툴거리는 걸로 위안을 삼아보지만 되돌아오는 엄마의 말에 기운이 빠진다. 할머니는 맞지만 할머니처럼 보이지 말라는 딸의 요구를 엄마는 태연하게 무시한다. 나는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든다. 엄마는 내 아이의 할머니이기 전에 나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할머니가 아닌 내 엄마로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아프지 말라고 했잖아.


엄마는 늘 강한 사람이라 힘들어 보여도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나는 힘들어도 엄마는 늘 괜찮을 것 같았다. 제 자리에서 항상 나를 지켜주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아프다는 소식 하나에 마음이 철렁한다. 


엄마, 울지 마.


한참을 울다보니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이 무언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울고 있던 건지 이제는 이유마저 헷갈린다. 아이는 여전히 날 바라본다. 그제야 아이의 눈빛이 느껴져 서둘러 상황을 정리하려는데 아이가 나를 다독여준다. 아이는 어느덧 엄마의 마음을 위로해줄 줄 알게 되었다. 눈물이 뭔지, 슬픔이 뭔지, 엄마가 우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아가는 모양이다. 그렇게 아이는 엄마의 감정을 읽을 수 있을 만큼 한층 더 자라 있었다. 

나는 엄마가 되어 하루하루 울음을 참아가고, 나의 엄마는 하루하루 아픔을 참아간다. 나의 엄마는 울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역시 내 아이에게 울지 않고 아프지 않는 엄마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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