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창민 Jun 24. 2024

짬뽕, 용기 내봤다

#짬뽕 만들기 어렵지 않다

유튜브 동영상만 줄곧 보다가, 용기를 냈다.


"오늘 저녁에 짬뽕해 줄까?" 


아내와 딸에게 단톡방에 제안했다.


집에서 짬뽕 만들기를 예상이라도 한 듯, 나는 이미 흠집난 냉동 오징어 1kg을 싼 가격에 사놨고, 아내도 짬뽕의 목적은 아니었지만 냉동 새우와 청경채, 여타 채소 따위를 구비해 두었다. 면은 냉동실에 냉동 우동이 있었다. 찰떡궁합,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학습은 많이 했다. 이연복, 여경래, 여경옥 요리사가 만드는 짬뽕 요리법을 열 번 이상 봤다. 전문 요리사답게 뚝딱뚝딱 잘도 만들었다. 내가 따라 할 수 있을까. 용기를 내봤다.




인덕션 앞에 섰다. 넓은 냄비 같은 깊은 프라이팬을 꺼냈다. 예전에 장모님이 주신 거다. 냉장고를 뒤져서 채소를 꺼냈다. 양파와 당근, 노란 속배추, 청경채를 씻어서 잘랐다. 양파 반 개와 당근 토막은 채 썰듯 썰었고, 청경채 잎 여서일곱 개는 반토막, 속배추 작은 거 네다섯 개는 네 토막 냈다.


오징어 반 마리를 물어 씻어서, 손가락만 하게 썰었다. 냉동 새우 열 개는 물에 씻어서 살얼음을 제거하고 썬 오징어 옆에 두었다. 일단 1차 준비 완료.


벽 높은 팬에 식용유를 약간 두르고, 썬 파 약간과 다진 마늘 반 숟가락을 넣었다. 인덕션을 켜고 팬을 달궜다. 이내 기름과 파와 마늘이 익는 알싸하고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다. 파와 마늘이 약간 갈색으로 익으려 할 때, 썰어둔 채소들을 넣고 볶았다. 나무젓가락으로 이리 휘젓, 저리 휘젓 하니 채소가 조금씩 익었다. 이때 엄마가 예전에 준 고춧가루 두 숟가락을 채소 위에 뿌리고, 젓가락으로 채소와 잘 버무리며 볶았다. 매운 냄새가 올라온다. 30초 정도 볶았던 거 같다.


여기에 간장과 굴소스, 맛술을 각 한 숟가락씩 넣고, 소금과 설탕도 약간 뿌렸다. 또 마구 볶으면서, 고춧가루가 시커멓게 타는 거 아닐까 걱정스러울 때 물 반 컵을 붓고 안심한다. 좀 더 끓이면 보글보글 물이 끓으며 거품이 올라온다.


오징어와 새우 차례다. 끓는 국물에 오징어와 새우를 넣고 물이 다시 끓으면, 물 4컵 정도를 더 붓고 푹 끓인다. 몇 분 끓였을까, 숟가락으로 국물 맛을 봤다. 짬뽕 맛이 올라온다. 아 맞다. 치킨 파우더. 마침 냉장고에 액상 치킨스톡이 있었다. 역시 우리 아내. 치킨스톡 반숟가락을 넣었다. 더 맛있어지겠지. 간장과 소금 약간을 더 쳤다.


냉동 우동면은 금방 익는다. 끓는 물에 세 개를 넣고 끓였다. 면이 투명해지면 건져서 찬 물에 헹궜다. 헹군 우동을 큰 그릇 두 개에 나눠 담았다. 우동 두 개만 끓일 걸 그랬나. 좀 남는다. 남은 건 이따가 놀다가 들어올 딸아이 주면 된다.


찬물에 씻은 우동을 끓는 짬뽕 국물에 토렴하고, 끓인 짬뽕 국물을 우동면이 담근 그릇에 부어 담았다. 불그스름한 국물과 파랗고 흰 채소, 하얗기도 벌겋기도 한 오징어와 새우를 잘 구분해 담는다. 두 그릇이 뚝딱 나왔다.




"다 끓였어. 짬뽕 먹어봐."


컴퓨터 앞에서 재택근무를 늦게까지 하고 있는 아내를 불렀다. 아내는 방에서 바로 나오지 못했다. 에어컨 바람에 짬뽕이 식을까, 한 번 더 불렀다.


맛있다. 무려, 중국집에서 시켜 먹는 그 짬뽕 맛이 났다. 나도 집에서 처음 해보고, 처음 먹어보는 우리 집표 짬뽕. 면이 우동이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다음에는 중화면을 사서 만들어야지. 냉동 중화면도 주문해 두었다. 비싸지 않다.


둘이서 다 먹고 얘기하고 있는데, 딸아이도 들어왔다. 


"짬뽕 먹을래?" 

"응."


똑같은 방식으로 1인분을 만들었다. 그릇에 고이 담아 딸 앞에 두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왔는데, 국물 빼고 다 먹었다. 


"맛있지?"

"완전."

"다음에 또 해줄게."


집에서 만드는 짬뽕, 일단 성공이다.


짬뽕, 집에서 만들기 어렵지 않다. 한 번 해보니 자심감이 생긴다.
작가의 이전글 어? '리추얼'이 뭐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