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리추얼? 처음 책 표지를 접했을 땐, 솔직히 뭔 말인지 몰랐다. 마이크로(micro)는 아주 작은 것을 말하는 건데, 리추얼(ritual)은 뭐지?
포털에서 찾아봤다. 리추얼은 명사로는 ‘의식 절차, 의례, 의례적인 일’, 형용사로는 ‘의식상의, 의례적인’이라는 뜻이다. 처음 접하는 단어였다. 심리학적으로는 ‘규칙적으로 행하는 작은 습관 또는 의식’이라는 용어로 쓰인다고 한다.
리추얼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심리적 안정을 위해 행동하는 작은 습관을 말한다.
장재열 작가는 책 <마이크로 리추얼: 사소한 것들의 힘>에서 아침에 함께 일어나기, 일정 시간에 산책하기, 주변 둘러보기, 휴대폰에 일기 쓰듯 메모하기, 잠자기 전에 명상하기 같은 자신의 리추얼을 담백하게 소개한다. 작가가 상담했던 이들의 에피소드와 고민거리, 이를 해결한 과정도 풀어낸다.
지하철에서 책을 보다가 찍었다.
작가가 스스로 느꼈던 무기력증과 번아웃, 불안, 우울, 고민을 담담하게 읽을 수 있어 공감이 갔다. 사람이면 누구나, 특히 일하는 젊은 세대라면 누구나 비슷하게 겪었을 법한 이야기다. 굳이 밖으로 얘기하지는 않았겠지만.
독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마음 레시피’도 에피소드마다 배치해, 마음의 문제를 겪고 있는 독자는 책을 활용해 끄적일 수도 있다. <마이크로 리추얼>은 참여형 책이다.
생각해 보면, 나의 리추얼은 뭐였을까. 딱히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사소한 습관을 가져보자, 라고 스스로 다짐해 본 적은 없다.
대학 때는 공부하고 동아리 활동했고, 군대 갔다 와서 꿈을 좇고 취업 준비했다. 일을 하면서부터는, 돈 벌고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때로는 인정받기도, 때로는 불안해하기도 하면서. 앞만 바라보고 살아와서일까, 나만의 리추얼이 딱 떠오르지는 않는다.
아, 이건 있었다. 일이 엄청 바쁘고 할 게 많고 상사로부터 압박을 받을 때, 잠깐 시간을 멈추고 눈감고 심호흡을 했던 거. 휴일이면 늦잠을 자고 집 근처 공원을 산책했던 거.
한때 잠깐, 잠자기 전에 불 끄고 홀로 앉아 눈감고 명상을 했던 거. 이 정도다. 정해진 리추얼도 아니다. 언뜻언뜻 생각날 때마다 했던 습관이다. 리추얼이라고 볼 수 있으려나. 잘 모르겠다.
예전보다 불안증은 많이 극복했다. 불안증이 가장 높았을 때는 20대 후반 취업을 준비했을 때와 30대 중반 어려운 상황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준비했을 때였다. 꿈을 이뤄야 하는데, 뭔가에 자꾸 떨어졌다. 일을 다시 하고 돈도 벌어야 하는데, 내가 갈 일자리는 잘 안 보였다. 불안증의 가장 큰 상황적 원인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의 불안증은 외부 상황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었다. 취업이 안 돼서? 돈을 못 벌어서? 아니다. 취업은 잠깐 안 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됐다. 재취업 문제도 당장은 안 될 거 같았지만, 잘 극복했다. 문제는 내면, 나의 마음에 있었다.
어려서 가정환경이 중요하다. 어렸을 때 불안함, 불안함을 느낄 만한 환경에 많이 노출됐다. 과거 경험이 만들어낸 마음의 원인이 어떤 특정한 사건이 발생할 때, 내 마음의 불안증에 방아쇠를 던졌다. 특정한 상황이 발생했고, 내가 그 상황을 근심스럽게 봤고, 내면 깊숙이 켜켜이 쌓여있던 불안증이 스멀스멀 나타났다.
지금은 알아차리고 있다. 나의 불안함이 왜 일어나는지, 왜 내가 불안하게 생각하는지,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반추해 보고 알아차려 보기 위해 노력한다.
리추얼도 도움이 되는 거 같다. 심호흡이다. 눈을 감고 왜 그 같은 마음의 일렁임이 생기는지, 곰곰이 사유해 보는 것이다. 작은 습관이라면 습관이다.
처음에는 뭔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마이크로 리추얼.’ 정말 사소하지만 내가 나의 마음을 지킬 수 있는 나만의 사소한 행동이다. 수많은 사회환경과 구조, 주변 사람의 시선, 내가 원치 않았던 과거의 경험, 어렸을 때의 일, 쌓이고 쌓인 마음속의 일렁임을 느긋하게 관조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데, 리추얼이 도움이 된다.
<마이크로 리추얼>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마음 훈련의 방식을 제시한다. 여러분은, '나의 마음'을 지킬 작은 무기를 들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