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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훈 May 16. 2022

코로나가 앗아간 것과 보여주는 것



코로나가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하고 조금은 수그러 들고 있다. 언제쯤 평온이 찾아올까??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저녁 여섯 시에 내 사무실에서 만나 함께 조문을 가기로 했다. 출근하면서부터 오늘은 상복으로 흰 와이셔츠에 검은 슈트를 입고 검은 넥타이를 찾아 메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곧 우리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대학 때 친한 친구 다섯 명이 모여 혁우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워낙 끈끈히 맺어져 어울리는 통에 다들 여기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이가 많았지만 만장일치제로 운영하다 보니 쉽게 들어오는 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졸업 후 40대가 되어 나의 또 다른 부류의 친구 둘이 합류를 했다 한 친구는 같이 고시공부를 하던 친구이고 다른 한 친구는 공군 장교로 예편한 내 고등학교 친구였다. 나는 여러 부류의 친구들이 가끔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게 했다. 내 생일 때나 집안일이 있을 때 자연히 만나 인사를 하고 친해지는 식이다. 나와는 다 끈끈한 사이지만 서로는 아직은 서먹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아내가 코로나가 여전하니 문상만 하고 곧바로 오란다. 그러겠다고 하고 출근을 했다. 오후 4시 한 친구가 사무실로 왔다. 두 시간이나 앞서 왔다. 잠시 뒤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해에 있는 친구다. 사업을 하다 고향으로 귀농을 한 친구였다. 갈 형편이 어려우니 내 계좌를 달란다. 내가 그러지 말고 왔다 가라고 했다. 모두들 친구의 부친상에는 남해로 달려갔지 않았느냐는 설득을 했다. 친구는 먼길을 다녀 갔다. 시골에는 노인들이 많으니 사람들이 모이는 상갓집 오는 게 꺼려졌단다. 자신으로 인해 마을 어르신들이 피해를 볼까 봐 우려가 되었단다. 역시 내 친구답다. 잠시 뒤 또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학교수로 있는 친구다. 어젯밤에 넘어져 턱을 깼다고 한다. 상주인 친구에게 전화를 해 단톡에 계좌를 올려라고 했다. 다른 한 친구는 연락이 없었다.


결국엔 초기 멤버 다섯 명만 모인 것이다. 잠시 장례식 밖에서 얘기가 있었다. 내가 대표로 문상을 보고 상주더러 밖으로 잠시 나오라고 하는 의견이 있었다. 내가 일축을 했다. 다 같이 들어가는 게 맞다. 그러면 문상만 하고 밥은 먹지 말고 바로 밖으로 나오자고 했다. 그러마 하고 들어 갔다. 빈소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친구들 식구들 뿐이다. 문상을 하고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남해 친구는 아예 먹지를 않았고 한 구도 조금 먹었다. 나는 그냥 먹었다. 코로나 겁내고 몸 사리다가 교통사고로 죽는단다 하면서 말이다.


집에 돌아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모두 다 왔을 거다. 이 친구들 외에도 많은 친구들과 교교 동기들 그리고  대학 선후배들과 사회 지인들이 모두 다 와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망구 다 내 생각일 뿐일까? 새삼 세상 참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가 내게 많은 것을 앗아가는 것도 있지만 커다란 교훈도 준 것이다. 얼마 전 선배가 돌아가셨을 때는 그 아들이 빈소는 알려주지 않고 계좌만 적어 보낸 톡을 보냈다. 시국이 그러하니 가족들만 모여 가족장으로 하겠노라 양해의 글을 올렸었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찌했을까? 내 아들들에게 무어라고 마지막 유언을 했을까? 아마도 모두에게 다 전화를 돌려라고 하지 싶다. 이기적인 놈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것 같으신지??




신영호 作/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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