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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훈 Dec 25. 2022

겨울왕국

크리스마스가 오면 생각나는 t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왔다. 이때만 되면 생각나는 게 몇 가지 있다. 소싯적 추억 나부랭이들이다. 그중 하나다. 고등학생 시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교회 학생회실에 모여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다. 나뭇잎을 따다가 과산화수소였나(아뭏던 어떤 용액에 넣어두면 뼈대만 남았음)에 넣어 엽록소를 뺀 다음 말리고 색칠을 해서 붙이는 작업을 했다. 머리 빗는 빗에 흰 물감을 칠한 뒤 긁어 눈을 흩날리기도 했다. 그렇게 만든 걸 팔았다. 그 수익금으로 학생회 활동비로 썼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내가 특별히 제작한 카드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에게 줄 카드였다. 온갖 정성을 다해 만든 뒤 유치한 사랑 표현까지 하며 그녀에게 보냈다. 




 겨울이 오면 그 당시에는 길거리 레코드 가게에서 캐럴이 흘러나왔다. 팻 분부터 꼬마 합창단까지..... 그런 캐럴도 좋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했던 노래는 러브스토리 주제가였던 'Snow Frolic'이었다. 그 소녀랑 길을 걷다가 이 노래가 나오는 레코드 가게 앞에서 노래가 끝날 때까지 들으며 서 있었던 날도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새벽송을 돈다. 신자들 집 앞으로 가 캐롤을 불렀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그러면 대문이 열리고 작은 선물 꾸러미를 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빵과 과자들이다. 물론 우린 그런 걸 얻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었다. 추워서 호호 떨면서도 뭐가 그리 좋았었는지.... 그 시절이 그립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학생회가 성가대를 맡았다. 연극 공연도 했다.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겠나. 배역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짜고... 공부를 그만큼 했으면 아마 지금쯤 노벨상을 탔을 거다.ㅋ

 


 

 이브날 저녁에 그 소녀가 왔다.

"오빠, 카드 잘 받았어요^^"

"응^^"

"근데..... 이거 보세요"

"뭔데??"


그녀가 내민 카드를 보았지만 나는 뭐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뭐 이상한 게 없어요?...."

"왜? 뭔데? 모르겠는데...."


그 애가 답답한 듯 손으로 가리켰다. 아뿔싸.....  거기에는 있어야 할 알파벳이 하나 빠져 있었다.


 "t??"

"네... 어째요?"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랬다. 내가 만든 모든 카드에 Merry Christmas에 t가 빠져 Merry chrismas가 되어 있다면???

둘은 걱정을 했다. 소녀는 안절부절을 못했다. 다행히 그녀 외엔 그 문제를 들고 오는 사람이 없었다. 왜 그리 되었을까? 그녀에게 줄 특별한 카드를 만들다가 정신이 빠져 있었을까 아니면 내가 만든 모든 카드에 t가 빠졌을까? 지금도 궁금하다.


"Merry Christmas!!!!!!!" 








#크리스마스 #겨울 추억 #추억 #눈싸움 #snow #christmas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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