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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훈 Jun 01. 2022

그놈은 학교 짱이었다 2





 두 분의 어머니가 상담을 왔다. 인문계 갈 성적이 안 된다고 했다. 어찌하던 인문계만 들어 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중3 들이었다. 테스트를 해보니 일반 반에서 수업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둘이서만 한 반을 만들어야 했다.


“이 자식들 공부라고는 안 했네”

“…….”

“너희 둘은 지금부터 죽었다 하고 공부만 해야 된다. 알았어?”

“예”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자신감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선생님들의 시간은 없었다. 결국 내가 모든 걸 담당하기로 했다. 전 과목 프로젝트를 짰다. 학교를 마치면 바로 학원으로 오게 했다. 자습실에 지정석을 주고 과제를 줬다. 모든 걸 암기해서 테스트를 하는 식이었다. 영어까지 교과서를 외우게 했다. 수학은 사칙연산부터 시작했다. 목표 달성을 못하면 학원 앞에 작은 공원이 있어 거기를 몇 바퀴 돌기도 하고 엎드려뻗쳐를 하기도 하고 손바닥을 맞기도 했다.


“똑바로 안 해?”

“하나에 ‘나는’ 둘에 ‘할 수 있다’

“하나”

“나는”

“둘”

“할 수 있다”


녀석들이 얼차려를 하는 동안 아이들과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왜? 창피해?”

“아닙니다.”

“하나”

“나는”


녀석들은 이를 악물고 했습니다. 그래도 수업 시간엔 가끔씩 웃음이 만발했다. 그러지 않으면 녀석들이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다.


“공부하기 힘들어?”

“재미있습니다.”


여름방학이 되었다. 남들보다 먼저와 제일 나중에 학원을 나섰다. 나중에 녀석들은 그때 인생에서 제일 열심히 살았다고 했다.

워낙 공부를 안 하던 녀석들이라 매일 벌이었다. 나중에는 내가 눈만 부릅뜨거나 한마디만 해도 벌벌 기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녀석들이었다. 국경일은 물론 토요일 일요일도 없었다. 오히려 그런 날은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공부를 했다.


“쌤, 샘도 좀 쉬셔야죠?”

“꾀부리지 마. 이 자식들아.”


그렇게 시간이 흘러 원서를 내는 시절이 왔다. 두 녀석 모두 인문계 원서를 내는 커트라인을 통과했다.


고등학교로 진학한 후 1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될 때쯤 한 녀석이 학원을 그만뒀다. 그리고 몇 개월이 흘렀다. 녀석이 나쁜 애들과 어울린다는 소식이 내 귀에 들렸다. 학원을 그만두고 공부는 팽개치고 껄렁거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녀석이 와서 누구에게 계속 돈을 뜯기고 있다고 했다. 그 녀석이었다.  녀석은 모 고등학교 학년 짱이었다.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 통화를 했다.


“쌤, 그거 빌린 건데요. 갚을 겁니다.”

“그래? 그럼 이번 토요일까지 갚도록 해.”


녀석은 토요일까지 갚지 않았다. 3일의 말미를 더 주었다. 녀석의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원장님. 우리 ○○이 맘 좀 잡아주세요.”


집에서도 애를 어찌할 수 없다고 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어머니는 모른 척하고 계시라 했다.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쌤, 진짜 갚을 건데요……. 근데 지금은 돈이 없어요.”

“뭐야 임마.”


 원래 근본이 나쁜 녀석은 아니라는 것은 안다. 지금 잡지 않으면 바로잡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지금 어디야? 당장 나한테로 와”


녀석이 왔다. 들어서자마자 내가 고함을 질렀다.


“너 임마. 양아치야?”

“아닙니다.”

“내가 귀가 없어? 너 얘긴 다 듣고 있다는 거 몰라?”


녀석은 아니라고 잡아뗐다. 계속되는 나의 추궁에 급기야 녀석이 나한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 씨바, 아니라는데  진짜. ×같네”


녀석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 드디어 본성을 드러냈다. 한판 할 기세였다. 어쩌면 내가 이 순간을 기다린 건지 몰랐다.


“이 새끼 봐라. 좋아.”


내가 시계를 풀어서 옆에 있던 책장 위에 놓았다.


“좋아. 네가 날 선생으로 안 보니 지금부터 너는 내 제자가 아니다. 받아치려면 받아쳐라.”


이런 애들은 매로 다스릴 수 없다. 오직 하나다. 한방을 날렸다. 아이들과 여선생님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녀석이 맞받아쳤다. 그러나 녀석은 나한테 적수가 못 된다. 급소를 맞고 주저앉았다. 몸을 덜덜 떨며 녀석이 항복을 했다.


“일어서. 당장 노는 애들이랑 손을 떼라. 그리고 내일부터 학교 마치면 학원으로 와라.”


녀석은 이튿날부터 학교를 마치면 학원으로 등원을 했다. 주구장창 반성문만 쓰게 했다. 녀석은 전문대학을 갔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주점과 노래방 등을 운영했다. 사업수완이 좋았다.

녀석은 가끔 출근을 하면서 학원을 들렀다. 어느 날 녀석이 말했다.


“쌤, 내 그날 쌤한테 안 맞았으면 인간이 안됐을 겁니다”






신영호 作/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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