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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훈 May 30. 2022

그놈은 학교 짱이었다





 “아, 먼저 나간 청년이 계산을 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남자 샘들끼리 맥주 한잔하러 주점에 들렀다. 어깨 높이로 빙 둘러 원형을 이루는 원탁이었다. 갑자기 앞에 있던 영어 선생님이 눈짓을 했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뒤에 ○○ 아닙니까?”


돌아보니 ○○가 여자 친구인 듯한 아가씨와 앉아 있었다. 영어선생이 모르는 척하라는 걸 무시하고 내가 불렀다.


“○○ 아니냐?”


녀석이 날 보더니 일어나 자리로 와서 인사를 했다.


“여자 친구야? 괜히 내가 방해를 했구나.”

“아닙니다. 일어서려고 하던 참입니다. 잘 계시지요?”


녀석이 목례를 하고 여자 친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영어 선생님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늉을 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와, 저는 오늘 뭔 일이 일어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데는 어떤 사건 때문이었다. 예전에 녀석이 학원을 다닐 때 나한테 맞는 일이 있었고, 그 후 며칠 뒤 학원에 테러가 생겼기 때문에 모두들 그가 범인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다급한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지금 학원이 완전 난장판입니다. 빨리 와 보셔야겠습니다.”


갔더니 두 개 층인 학원엔 벽에는 온통 케첩이 뿌려져 있고 컴퓨터와 전화기는 밖에 나 뒹굴고 복사기 등 전자 기기에는 물풀이 부어져 엉망이 되어 있었다. 심중이 가는 것은 녀석이었다. 녀석은 모 고등학교의 이었다. 그 학교 아이들뿐만 아니라 동네 아이들이 모두 무서워하는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어느 날 학원에 온 것이다. 그 녀석 아버지의 신신당부와 함께였다.


“신원장님, 우리 아 잘 좀 챙겨 주이소. 인간 좀 만들어 주이소”


 탐탁지는 않았지만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선생은 모두를 함께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도 알고 보면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는 지금처럼 핸드폰이 대중화되기 전이었다. 그런데 녀석은 핸드폰을 뒷주머니에 넣고 가방은 다른 아이들에게 셔틀을 시키고 있었다.


“야, 앞으로 이런 일 내 눈에 띄면 혼날 줄 알아. 경고야”


녀석도 나에 대해서 들은 게 있기 때문에 학원에서는 주의를 하는 듯했다. 사건은 내 수업시간에 일어났다. 공부할 마음이 전혀 없는 녀석이다 보니 맨 뒷자리에서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야, 공부 안 하려면 나가.”


녀석이 건달 녀석들의 특유의 행동을 했다. ‘내가 뭐요?’라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꼴을 용납 못한다.


“바로 앉아라. 아니면 나가라.”


조용히 경고를 했다. 순간 교실에 긴장감이 돌았다. 녀석이 버티고 있었다. 몸을 뒤쪽 벽에 기대듯이 앉아 있었다. 내가 다가가서 손바닥으로 이마를 강타했다. 순간 코피가 주르륵하고 쏟아졌다. 이마를 맞아 머리가 젖혀지면서 뒤통수가 벽에 부딪힌 듯했다.  


“일어서. 뭐하는 놈이야. 너 깡패야?”

“…….”

“나가서 걸레 들고 와서 닦아”


녀석이 바닥을 닦고 있었다.


“나가서 빨고 들어와”


한참을 지나도 녀석이 들어오지 않았다. 애들 보고 화장실에 가 보랬더니 없다고 했다. 창문 쪽에 앉은 녀석이 “쌤 저기 가고 있는데요” 했다.


“야, ○○○. 안 와?”


 녀석은 뛰어 달아났다. 그 후 며칠 뒤에 테러사건이 난 것이다. 같은 학교 아이들에게 며칠까지 나한테 오라고 전해라 했다. 그러나 그 녀석은 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가지고 온 그 녀석의 메시지는 이러했다.


“제가 한 거 아닙니다. 저 그런 놈 아닙니다. 죄송했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아이들은 졸업을 하고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끝났다. 그러고 그 녀석과 오늘 첫 대면을 한 것이었다. 그러니 선생님들이 순간 긴장을 한 것이었다. 술자리를 파하고 계산을 하려고 했더니 사장이 그랬다.  


 “아, 먼저 나간 청년이 계산을 했습니다.


 누구나 한때의 객기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세월이 흘러 그때의 자신을 반성하고 새 사람이 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용서라는 걸 해 줘야 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그것이 그들의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영호 作/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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