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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훈 Jun 13. 2022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어느 날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원장실로 들어섰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하고 전혀 주눅 들지 않은 표정이었다. 대뜸 “선생님 저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했다. 테스트를 하기 위해 아이가 나가고 아버지와 얘기를 했다. 대개는 어머니와 오는 게 일반적인데 아버지와 같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저 아이 테스트를 치나 마나 다 틀릴 겁니다. 성적이 거의 꼴찌입니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내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욕심을 내지 않는다. 단지 저 아이가 공부를 하려는 마음을 가져준 게 기특해서 과외를 시키려고 한다. 이때 해주지 않으면 금방 또 누그려질 거다. 아버지의 마음에 작은 감동을 받았다.

내가 아이의 테스트 지를 받으러 가니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샘 이거 고2꺼 맞아요? 왜 이렇게 어려워요?”

그러면서도 명랑함은 잃지 않았다.


“얌마, 너 공부를 전혀 안 했네.

“헤헤 지금부터 열심히 할 거예요.”


무한 긍정의 아이였다. 그때가 2학년 겨울방학이었다. 곧 3학년인 것이다. 아버지와 아이를 앉혀 놓고 말했다.


“이 정도면 2년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재수를 목표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내 말에 아버지가 긍정을 했다. 그러겠다고 했다. 아이에게 다짐을 받았다.

“선생님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만일 공부하는 게 내 맘에 들지 않으면 그날로 끝이다. 할 수 있겠어?”

“예, 샘. 감사합니다.

아이가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이튿날부터 아이의 공부가 시작했다. 수학의 기초부터 했다. 고1 과정이라며 프린트를 내주며 풀어보라고 준 것은 사실 초등학교 4학년 문제였다. 몇 개를 맞추었다.


“어쭈 제법인데……. 아예 완전히 깡통은 아니네.

“몇 개 맞은 거예요?”


녀석은 호들갑을 떨었다. 아이의 기를 살려 놓는 게 공부에서는 최고의 대책이다.

한날은 학교에서 오자마자 담임 샘에 대한 푸념을 하기 시작했다.


“쌤, 우리 담탱이 때문에 못 살겠어요”

“왜?”

“샘이 내가 샘이랑 공부한다니까 이제 너도 전교 1등 하겠네 하고 매번 와서 노트도 뒤적이고 짜증나 죽겠어요.


녀석이 그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담임이 올해 새로 오신 분인데 먼저 있던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를 아이들에게 수시로 하나 보았다. 한참 듣다 보니 내가 학원에서 하던 얘기랑 비슷하더란다. 그래서 샘한테 물었단다.


“샘, 그 오빠 이름이 누구누구 아니에요?”

“어? 네가 그 오빠를 어떻게 알아?”

“그 오빠 우리 학원 선생님한테서 공부했다던데요”


그 녀석은 160명 정원에서 154등을 하다가 전교 1등이 되어 그의 학교에서 신화적 존재였단다. 그 녀석 덕분에 그 학교 후배 녀석들이 많이 왔었다. 그날 이후로 매번 교실에 오면 그 얘기를 하며 놀린단다.


꼴찌에 가까운 녀석이니 얼마나 기가 찼겠는가? 그래도 녀석은 씩씩거리면서도 늘 씩씩하게 열심히 공부를 했다.


“쌤, 두고 보세요. 저도 그 오빠처럼 될 거예요. 그래서 담탱이에게 복수할 거예요”


겨울방학 때 죽자고 공부를 했지만 겨우 중등과정 정도의 대수와 기하를 마쳤다. 고3 3월 모의고사가 코앞이지만 전혀 대비를 시키지 않았다. 어차피 재수를 목표로 가는 거니까 내신도 아예 무시를 했다. 고 1 과정의 대수와 함수 공부를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대수의 기본이나 함수 수열 모든 부분이 초등과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타래처럼 연결되는 것임을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방정식 문제가 초등과정에도 중1 과정에도 중2, 중3 과정에도 고1 과정에서도 나온다. 그것이 각 학년에 따라 어떻게 접근해 가는가를 알려주고 이해를 하게 한다. 함수도 마찬가지다. 방정식과 부등식과 함수의 관계를 이해시키고 문제를 풀어 나가면 아이들은 쉽게 방정식 부등식 함수를 풀어낸다. 가끔 아이들이 말한다.


“쌤, 이렇게 풀면 이렇게 쉬운데 교과서나 참고서의 풀이는 왜 그리 복잡해요?”

“그건 책이 가지는 한계 때문 일거야. 강의와 다르게 책에 글로 설명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거든. 만일 샘이 가르치는 대로 풀이집을 만들려면 엄청난 풀이를 해야 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예~~”


실상 아이들은 완연히 모르면서도 대충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어름 풋이 알고 알겠다고 한다. 만일 대수 문제를 참고서의 답안에 기하적으로 접근해 서술하려면 엄청난 해설을 덧붙여야 한다는 걸 아이들이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쨌거나 녀석은 수학을 푸는 것에 신이 나 했다.


“아하……. 이래서 이렇게 되는구나. 뭐 쉽네.

“쌤, 좀 더 어려운 거 없어요?”


여름방학이 끝날 때 2학년 과정을 마쳤다. 방학 한 달은 평상시의 3개월에 맞먹는다. 이제 모의고사를 풀어도 될 수준이 되었다. 아니 공부하는 과정 중에서 이미 많은 기출문제를 녀석은 풀어 본 상태였다. 녀석이 그걸 알 턱이 없다. 내가 얘길 안 하니까? 일취월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학교에서 앞에 불러나가서도 척척 풀었노라고 자랑 질이 어마어마했다.


“샘, 오늘 우리 담탱이 한방 먹이고 왔어요. 하하하”


언제나 쾌활하다. 성적이 전 과목이 꼴찌 수준에서 절반 수준으로 그리고 상위 30% 정도까지 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수학에서 몇십 점을 더 받으면 평균이 엄청 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수능이 다가왔다.

“올해는 그냥 쳐 보는 거니까 쫄지 말고 아는 것부터 풀어라.”

“네, 쌤”

“돼지 꼬리부터 빼는 거 알지?

“네, 쌤”


 돼지꼬리 빼는 것은 일단 문제지를 받으면 대충 훑어서 어려운 것은 돼지꼬리를 붙어 재껴 놓으라고 한다. 몇 개를 맞추는 게 아니라 몇 개를 틀려도 된다는 마음을 주입시킨다. 1등급은 두 개를 버려도 되고 이등급은 세네 개를 버려도 되고 하는 식이다.


 수능이 끝났다. 3등급이었다. 그래도 녀석은 기분만큼은 최상이었다. 법대 원서를 쓰겠단다.

“그래 써야지”

“기왕이면 서울법대를 쓸까?”

“아 쌤, 농담하지 마세요.


부산의 모 대학 법학과 원서를 냈다. 면접을 보러 가는 날 신신당부를 했다. 너는 3학년 들어서 성적이 이만큼 올랐다. 나는 대학 와서도 이만큼 노력할 것이라는 것을 어필하라고 했다.


“떨어져도 된다. 편하게 해라. 그러나 최선은 다 해라”

“네, 쌤.”


 언제나 씩씩하다. 저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네가 이번에 합격하면 그 학교에서 널 학교 홍보지에 모델로 쓸려고 뽑은 걸 거야”

“아~ 쌤.”


 그런데 그 녀석은 그렇게 합격을 했고 정말 이듬해 학교 홍보지에 사진이 실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로스쿨로 진학을 했다. 마음을 둔다는 게 이처럼 중요하다. 목표를 설정하고 몰아붙이면 열정이 솟아나는 것이다. 목표를 정하라. 꿈을 가져라. 그러면 열정이 샘솟을 것이다.




신영호 作/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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