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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맘 Sep 23. 2024

#1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손으로 보는 그림동화책 만들기

매주 토요일 10:00

암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사회복귀이고 적응일 것이다.

나도 암수술과 항암치료를 하고 난 뒤 항암부작용등 암을 만나고 힘들었던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회복하는데 집중을 하면서도 내가 예전의 사회활동과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많이 했었다.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지만  청년암환자들이 늘고 있다. 너무나 슬픈 현실이다.

그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더 많이 할 것이다. 앞으로 암환자, 혹은 암경험자로 살아가야 할 시간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더 많으니 당연하다. 나는 50대의 암환자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항상 생각한다. 작은 선택에서도 이 고민과 질문은 꼬리를 물고 있다.  


암을 만난 암환자들의 세상은 조금은 성가시고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들이 나쁘거나 힘들지 만은 않다고 암환자, 암경험자들은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암을 만나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을 만났고, 무엇보다 나에 대해 알아가고 정성 들이며 친해지는 시간들을 만났다. 기준이 달라졌고,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달라졌다.

암을 만난 뒤 나의 가장 큰 변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항상 미래를 위해 살았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현실에 오늘에 소홀했던 것 같다.

지금은 오늘 하루, 지금을 정성껏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암을 경험한 대부분의 암환자들과 암경험자들도 오늘, 지금, 매일의 작은 소소한 일상들에 집중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지금 해야 할 것에 집중한다.



언젠가 할 거라던 점자촉각그림동화책 만들기 작업을 시작했다.

내가 작업실을 마련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2014년에 마지막 점자촉각그림동화책 [아기새]를 맹학교에 전달하고 지금까지 언젠가 다시 만들어 시각장애아동들에게 보낼 거라는 말만 했었다.


점자촉각그림동화책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혼자서는 하기 힘들다. 여러 사람들이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야 한다.


2013년 첫 점자촉각그림동화책을 만들 때도 매주 봉사자들이 나의 공방으로 왔고, 몇 시간씩 만들었다. 나의 블로그로 모인  전국의 바느질 봉사자들도 아기새와 구름등을 손바느질로 만들어 보내주었다.  그렇게 매주 1년 7개월의 시간을 보냈고, 17권의 점자촉각그림동화책 [아기새]를 만들어 전국의 맹학교와 점자도서관에 기증했다.


그렇게 2005년 국내최초로 개발했던 시각장애아동의 점자촉각그림동화책[아기새] 2013~2014년에 보급될수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 등으로 미루게 되었다. 내가 암을 만난 뒤 바느질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가장 먼저 점자촉각그림동화책 [아기새]를 다시 만들어 시각장애아동들에게 보내야겠다 생각하고 다짐하며, 항암부작용으로 가장 심한 말초신경병증 (손발 저림)의 관리를 했다.


7월. 6개월을 사용할 수 있는 아파트 공간을 빌렸다.  그리고 함께 [아기새] 점자그림동화책을 만들 봉사자들을 모집하고, 나는 열심히 재료들을 찾아 동대문원단시장을 돌아다녔다.  


8월부터 시작한 봉사활동 참여자는  바느질을 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대학생과 청년들이었다. 한 달 동안 다양한 바느질봉사를 함께 하며 바느질을 가르쳐주고, 익숙해지게 했다.

추석연휴 전 나의 블로그로 봉사를 참여해 주신 전국의 손바느질 고수 바느질 봉사자들이 만들어준 노란 아기새들이 모두 도착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00

점자촉각그림동화책 [아기새]의 첫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청년봉사자들은 바느질고수들이 만들어준 노란 귀여운 아기새들에 솜을 채우고 구슬눈을 달았다. 나는 내지 작업과 털이 많이 날리는 엄마새의 재단작업을 했다


토요일 아침마다 빠지지 않고 오는 봉사자들이 정말 대견하고 예쁘다.

아침도 못 먹고 오는 경우도 많다. 봉사활동이 시작되고 각자의 반느질이 시작되면 나는 주방으로 간다.

작업실로 오기 전 나도 아침시간이 분주하다. 봉사가 있는 토요일 아침엔 모닝루틴 중 운동루틴을 줄여서 한다. 그리고 간식으로 만들 재료들을 손질해서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을 한 첫날 아이들 모두 아침을 먹고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날 작업실 미니냉장고에 있던 재료들로 파스타를 만들었다. 이후 나는 매주 토요일 작업실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


이번엔 단호박과 고구마를 넣은 샌드위치와  삶은 계란과, 잘게 썬 양파, 소금에 절인 오이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음료는 일본여행 중 사온 과일향이 좋은 차를 함께 마셨다.


나는 며칠 전부  토요일 아침에 만드는 간식메뉴를 고민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간식들을 만드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정말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다.  


우리의 목표는 11월까지  4권의 점자촉각그림동화책을 완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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