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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맘 Oct 18. 2024

#902번째 루틴기록 "CT상으로는 아주 건강합니다"

꼼지맘이 암을 만난 후의 일기

오늘의 모닝루틴도 잘했다.  오늘은 5시가 되기 전에 잠에서 깼다.  일주일 전 채혈과 CT촬영의 결과를 들어러가는 진료일이다. 3개월마다 추적관찰하던 나의 암을  암수술 후 2년이 지나고 난 뒤에는 6개월마다 검사하고 있다.

암수술 후 재발과 전이의 가능성이 높은 2년 동안 혈액종양내과와 소화기내과 두 곳에서 검사를 하고 진료를 봤다. 2년이 지나고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은 위험한 시기는 지났고, 관리도 잘되고 있으니 소화기 내과에서 6개월마다 추적관찰을 하면 되겠다고 했다.


6개월이 지났다.

오늘도 모닝루틴을 마치고, 외출준비를 했다. 9시 45분 진료이니  병원을 다녀온 후 아침식사를 하면 된다.

물과 녹차를 마시고, 공복에 먹는 약을 먹었다. (처방받은 철분제와 유산균)


CT촬영을 한 후부터 일주일 동안 매일 간간히 마음이 불안했다. 6개월 동안 몸과 마음을 정성껏 돌보았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진료일이 다가오니 어쩔 수 없나 보다


'괜찮다. 괜찮다' 내 마음을 달래주며 일주일을 보냈다.  

보호자로 동행한 남편과 병원으로 가는 차속에서 내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마음도 나에게 필요한 마음일지도 모르니 너무 외면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내가 암을 만나고, 가장 잘했다 나에게 칭찬하고 대견했던 것도 나의 암을 받아들이고 불안해하는 마음을 지켜보고 받아들였던 것이다.


병원에 도착했다.  집에서 15분 거리인데 오늘은 차가 많이 밀렸다.

대기실에 사람들이 많다. 아픈 사람들, 불편한 사람들이 많은 날이다. 나의 순서를 기다리면서 창가에 가까운 의자에 앉아 창밖을 보면서 요즘 매일 듣고 있는 임윤찬의 피아노곡을 들었다.  

오늘의 곡은 [임윤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바흐 심포니아]다.  


진료실

다음이 내 순서라며 이름을 부른다.

문이 열리고,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가 나왔다. 진료실 앞 모니터에 내 이름이 깜박인다.  6개월만에 만난 교수님은 환하게 반겨주신다. "어서 오세요"

나도 인사를 하고, 두 개의 의자에 남편과 나란히 앉았다.

" 어떻게 지냈어요"

"네 , 불편함 없이 잘 지냈습니다"


"검사 결과를 볼까요"

"네"


"CT는 이렇게 단면으로 보인다 생각하면 됩니다"라고 하면서 손으로 모니터의 하면에 대고 설명을 해주신다.

"  위에서부터 쭉 아래쪽으로 몸통을 지나간다 생각하면 됩니다. 여기가 폐, 여기 이 부분은 위절제수술을 한 부분이고, 여기 뒤쪽에 보이는 게 췌장입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보면, 여기가 대장이고 ,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자궁입니다...... [생략) "

" 내장 지방도 거의 없고,  깨끗합니다.  CT상으로 아주 건강해 보입니다"

" 혈액검사로는 위절제수술을 하면 철분수치가 낮을 수밖에 없는데 아주 심각한 상태는 아니고, 식단으로 매일 철분이 든 음식을 드시면 좋아요, 비타민 수치도 경계에 있으니  나쁘지 않습니다. 별도로 처방할 것들은 없네요..."


남편은 옆에서 메모를 하고 있다. 다음검사일정을 잡고 감사인사를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다음검진은 암수술을 한 지 3년이 지나는 때다. 1년마다 하는 위내시경과 CT촬영을 하고 다시 이 진료실에서 나의 암을 살피게 될 거다.


진료실을 나온 남편은 잘했다고 칭찬을 해준다.

남편이 다음검사를 위한 수납을 하는 동안 빵집으로 갔다. 내가 병원에 오면 항상 들르는 곳이다. 검사결과를 듣고, 동생과 직원, 가족들에게 줄 빵을 산다. 나름 나의 축하이벤트다. 빵을 사지 않지만 이날은 예외다.

(병원의 빵이 맛있기도 하다. 가족들과 직원들이 맛있다고 좋아하는 빵이다)


이제 막 만들어진 빵들이 따뜻하다. 고민고민을 하며 설탕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빵들을 많지 않게 담았다.

가방에 손에 아직 따뜻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들의 포장을 닫지 않아 나에게서 달콤한 빵냄새가 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동생의 가게와 회사에 빵봉투를 배달하고 집으로 왔다.

11시 30분 평상시보다 조금 늦은 아침식사(당근사과주스와 견과류, 방울토마토, 사과)를 먹었다.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아 혼자서도 웃는 날이었다.







오늘의 음식

아침식사

당근사과주스와 3가지 견과류, 4가지 과일(배, 사과, 오렌지, 방울토마토)를 조금씩 먹었다.


점심식사

현미밥, 찐고구마, 두부시래기 된장국(건더기만), 몇치볶음, 청국장과 통들깨, 토란대나물, 방울토마토, 알타리무김치


간식

생강차, 오트밀쿠키 1개


저녁

찐고구마, 방울토마토, 두유






오늘의 운동

침대 기상 스트레칭

책상에서 푸시업 25개x4

의지에서 스쿼드 25개x4

러닝머신 30분 (뛰기 & 걷기)

요가와 스트레칭 (15분 + 21분)

명상호흡 5분




모닝루틴

아침운동을 마치고 책을 읽고 감사일기, 확언쓰기를 했다. 오늘의 체온과 체중도 어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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