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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덕 Aug 10. 2022

집짓기 시작은 설계!

예비 건축주 스터디 1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을 탈피해 자신의 집을 짓고 싶어 하는 "예비 건축주"가 무엇보다 가장 먼저 공부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 


일단 땅을 마련했다고 가정한다면, 설계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가 가장 먼저 고려할 일이다. 건축사 선택을 제대로 마쳤다면 집짓기는 거의 절반의 성공이다. 



이번 포스팅은 "한국 패시브 건축협회"의 최정만 회장과 전직 시공사 정광호 연구원이 함께한 유튜브 내용 "[설계회사 선정] 제대로 된 설계란?"을 참고로 정리해 보았다. 



© cocoparisienne, 출처 Pixabay




건축에 있어서 설계란?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주택 시장을 제외한다면,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등 소위 소규모 건축 시장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소규모 주택시장의 현주소는 참담한데, 그 이유는 제대로 건축사에게 설계비를 지불하고 상세한 설계도면을 가지고 집을 짓는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소위 허가방의 몇 장짜리 허접한 설계 도면으로 현장 시공업자의 경험에 기대어 집을 짓는 사례가 허다하다.


건축주들마다 건축비 예산과 사정은 각기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비용이 빠듯한 가운데 자신의 집에 대한 꿈만을 가지고 더 저렴하게 집을 짓고 싶어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통 건축사에게 제대로 설계를 맡긴다면 공사비의 10% 정도를 설계비로 지불하게 된다. 5억짜리 공사라면 5천만 원이 설계비인 셈이다.


예비 건축주들은 공사비에 무엇까지 포함되는지를 경계를 잘 알지 못한다. 가구(싱크대, 붙박이장) 욕조, 변기, 가전, 조경, 감리비 등은 순수 건축비에 포함되지 않는다. 집의 골조와 내외장재까지를 '순수 건축비'라고 칭하며, 설계비는 보통 그것의 '10%' 정도 잡는다. 



그렇다면 건축사가 해주는 역할이 무엇이길래 그 정도의 설계비가 들어가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그런 비용은 꼭 필요한 것일까?





건축사의 역할



보통 일반인들은, 건축사들은 집의 도면을 스케치하면서 아파트 평면도처럼 공간의 형태, 크기 등을 정해주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것이라면 "예비 건축주"들이 조금만 신경 쓰면 얼마든지 그려낼 수 있다. 


그러나, 집을 짓는다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건축사가 맡아서 하는 진정한 실무는 다음과 같다.




1. 행정 처리


건축을 하기 위한 서류 작성 등을 포함한 제반의 행정처리에 도움을 준다. 적법한 절차상 건축 허가를 위한 허가 도면을 제공하는 일 등을 포함한다.




2. 재료(자재)선정


건축주의 예산 안에서, 설계와 어울리면서도 기능적으로 하자가 없을 적절한 재료를 선정하고 그것이 상세하게 명기된 도면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건축주가 '붉은 벽돌' 외장재를 원한다고 가정해 보자. 시중에서 구할 수 붉은 벽돌은 천 가지도 넘을 것이다. 다양한 만큼 퀄리티도 제각각이다. 도면에 붉은 치장벽돌(건축주 재량)으로 표시한다면, 현장에서는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재료로 시공할 것이다.


© builtbymath, 출처 Unsplash



예비 건축주가 그 건물에 적합한 자재를 건물의 특성에 맞춰 물성까지 고려해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벽돌처럼 단순 외장재를 고르는 것도 그렇지만, 성능을 위한 기능성 자재 (창호, 방수제, 실링제 등등)는 더 어렵다.


예를 들어 "창문은 LG**로 해주세요"라고 건축주가 원했다고 가정하자. 그래도 브랜드를 특정했으니 괜찮을까? No!! 보통은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다양한 퀄리티의 제품이 출시된다. 제대로 명기된 제품이 없다면 붉은 벽돌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는 동일 브랜드의 가장 저렴한 창호를 가져다 쓰게 될 것이다.


결국, 건물의 기밀성 등을 고려한 창호의 선택도 전문가의 몫이다, 제대로 특정해 주어야 그 제품으로 시공할 수 있다.


© robwingate, 출처 Unsplash


시공사는 대부분의 하자에 대해 2년까지만 법적인 책임이 있다. (단, 구조에 대한 것은 그 이상 기간 동안 책임이 있을 수 있다.) 


건축 현장에서는, 설계 도면에 구체화되지 않은 재료에 대해, 20년의 경력을 가진 목수가 경험상 "이거 써도 돼"라고 한다면 재료를 임의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랬던 자재가 5년~7년이 지나면서 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 집이 제대로 지어져서 건물로서 지속성이 있는지 어떤지는, 사실 집을 짓는 사람은 알 수 없다. 건축가나 시공사는 본인이 그곳에 살지 않기 때문에 5~7년 동안 계속 지켜볼 수 없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내외장재를 제대로 선정하고 집을 지어야 하자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건축주들은 겉으로 보이는 미관상의 '재료'에만 관심이 있다. 또한 재료끼리의 화학적인 성질이 잘 맞는지, (예를 들어, 어떠한 본드를 쓰면 50년 동안 외장재가 붙어 있는지 등) 이런 것을 관심을 갖는 건축사 또한 드물다.



설상가상으로 건축주가 설계비를 아낀다고 아무런 의미 없는 도면으로 평당 얼마에 해줄 수 있는지 묻고는 제일 싼 시공사와 계약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집이 나올지 불 보듯 뻔하다.


일부 시공사들은 저가에 수주 계약을 해 놓고, 중간에 설계 변경을 계속해가며, 자재 비용을 붙여서 공사비를 늘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도면에 아무 정보가 없으니까 계속 추가가 들어가고, 처음에 계약한 비용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좋은 마인드의 시공업자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건축주는 제대로 설계를 맡기고, 건축사는 설계 도면에 자재들을 모두 명기해야 한다. 재료 정보를 제대로 명기하는 것도 건축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 jarmoluk, 출처 Pixabay




3. 상세 도면


건축가가 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업무는 각각의 물성이 다른 재료들을 어떻게 조합할 것이냐의 문제를 푸는 것이다. 벽과 창이 만나는 부위, 단열재와 벽의 만남, 벽과 지붕이 만나는 부위 등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로, 곰팡이, 누수 등을 줄이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상세 도면은 장기적인 하자가 없도록 재료와 재료가 만나는 부분을 잘 설계하고 명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각각의 재료들에 대한 접합부위의 상세 도면은 결국 건축의 꽃인 셈이다. 


창문 주변 하나만 예로 들더라도 창호와 벽이 어디에서 만나고 무슨 재료를 쓰며 어떻게 처리해서 안전하게 할 건지에 대한 상세한 디테일이 없다면, 현장 시공팀은 해오던 방식대로 공사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하자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를 어디에 물을 수 있을까? 상세 도면이 있다면 하자도 줄일 수 있고, 책임 소재도 명확해진다.



"한국 패시브 건축협회"에 찾아오는 건축주들이 종종 있는데, 그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때에야 비로소 문제를 인식하고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설계도 다 끝나고 시공사도 선정한 후 기초 공사를 하는데 “뭔가 아니다” 싶어 그제서야 인터넷을 찾아보고 협회에 문의하러 온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미 때가 너무 늦었다. 기초 친 것을 다시 무를 수도 없고 이미 맺은 계약을 파기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므로 집을 지으려면 건축주는 계약 전에 미리 공부하길 권한다. 그래야 건축사를 선정하거나 시공사를 정할 때에 올바른 선택에 가까워질 수 있다. 




건축사에게 다음을 물어본 후 계약하라.
재료 선정을 디테일하게 도와주는지
상세 도면을 그리는지 
도면에는 모든 재료를 표기하는지




지금처럼 상세 도면이 부재한 소규모 건축 시장에서는 이미 지어진 집을 사는 것이 모험일 수밖에 없다. 그 집이 어떻게 지어졌는지는 완전 운빨이다. 도면이 잘 되어 있으면 도면만 보고도 지어진 집을 살 수 있지만, 상세 도면이 없는 상태에서 단독주택이나 건물을 사는 건 뽑기 운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상세 설계 도면"대로 집을 짓는 소규모 주택 시장의 건축 문화가 정착된다면 이미 지어진 집도 마음 놓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에게 도면을 주고 어떤지 물어보면 해석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또한, 살면서 집이 노후되더라도 배관 위치, 방수 소재 등 보수가 필요할 때, 도면대로 되어 있다면 관리도 훨씬 수월해진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이 설계이다. 상세 도면을 보고 제대로 지어진 집이라면 믿고 살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한다면 순수 건축비의 10%는 저렴한 비용일지도 모른다. 건축주는 제대로 알고 떳떳하게 계약하고 위의 사항들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4. 현장 문제 발생 시 적극적 지원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현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감리를 비롯해, 피치 못할 자재 변경 등 문제가 생겼을 때 건축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인가도 고려 대상이다.


사공은 제2의 설계와 같다. 건축사가 디자인 감리뿐 아니라 설계 도면 대로 지어지고 있는지 기능적 감리까지 현장을 책임져 줄 것인가?


자신이 설계한 집을 제대로 짓는 데 책임을 다하는 건축가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건축주는 다른 무엇보다도 누구에게 설계를 맡겨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건축주의 몫은, 그 건축가가 변화 발전하는 건축 기술이나 자재에 대해 계속 공부하는 사람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건축주의 공부는 선택에 있어 지혜로운 안목을 가지기 위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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