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로 떠나는 가족 자유여행
이번 여행의 대의명분은 어머님 팔순이었다. 참고로 시댁은 찐 여행러들이다. 십여 년 전 돌아가신 아버님은 물론이고 어머니, 그리고 남편을 포함한 삼 남매까지 모두들 여행에 진심이다.
반면, 나의 친정은 여행 DNA가 전무하다. 결혼 전까지 아주 어린 시절 빼고는 가족 여행의 기억이 없다. 그래서 결혼 후 여행이 익숙해지는데 이십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린 날의 경험들이 삶을 이렇게 다른 위치에 가져다 놓는다는 게 신기하다.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시어머니의 팔순을 맞았다. 그 몇 해 전부터 호주의 서쪽 퍼스를 여행하자며 계획을 잡고 있던 터였는데, 2019년 겨울부터 점차 비행길이 얼어붙고, 그 여행은 요원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위젤라TV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지금도 그곳은 아름다울 거야>라는 여행 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아 남부 섬 시칠리아를 다루게 되었다.
그 연유로 가족들과 시칠리아 이야기가 오가고 이탈리아 남부 투어는 어떨까 상상하고 있었다. 올봄부터 지엽적으로나마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하고 몸이 달은 여행객들이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다.
K-Pop 월드투어도 시작되면서 콘텐츠 제작사 PD인 딸아이는 그 사이 미국 출장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2022년 여름, 전 세계는 이미 위드 코로나 시대에 돌입해 있었다.
조신한 우리나라는 아직도 몸을 사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어머님 팔순 여행을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어졌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어머님이 건강하게 걸으실 수 있을 때 다녀오자며, 직장 다니는 시누들과 딸아이도 모두 휴가를 내는 가족 대통합이 이루어졌다.
보통, 이탈리아는 유적지가 많고 오래된 도시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 가족처럼 "렌터카 자유여행객"들에게는 도로 상황이나 운전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염려의 소리도 있었지만, 이탈리아도 사람 사는 곳 아닌가.
그렇게 여름의 끝자락에 날짜는 확정되고, 혹시나 하고 미리 마일리지로 예약한 비행기 티켓도 조정했다.
드디어 9월 30일. 출국일!
다행히 우리가 타고 가는 터키항공은 코로나 관련해 제출해야 할 서류가 없었고, 10월부터는 한국에 들어올 때 비행기 탐승 전 필요했던 PCR 검사도 없어졌다. 휴가를 낸 가족들도 입국 후 직장에 가기 전 검사해야만 하는 부담이 줄었다.
이번 여행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음... 정말! 레알! 리얼리! 많이 걸었다^^;;;
모두들 바쁜 와중이라 남편이 렌터카 예약을 맡았고 나머지 계획을 구체화시킨 건 작은 고모였는데, 여행 체력이 엄청난 고모의 스케줄에 따라 약간의 극기훈련 모드랄까.ㅋㅋ
이제 그 이야기들을 차차 하나씩 풀어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