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s. Dalloway in Bond Street(1925)
델라웨이 부인은 말했다. 그 장갑은 내 손으로 손수 사겠노라고.
그녀가 거리로 발을 내딛는 순간 빅벤의 종이 울리고 있었다.
열한 시였고 그 사용되지 않은 시간은 마치 바닷가의 아이들에게 제시된 시간처럼 신선하였다.
그러나 천천히 흔들리며 울리는 소리에는 뭔가 장중함이 있었다. 바퀴의 웅웅 거리는 소리와 교차하는 발걸음 소리 속을 휘젓는 뭔가가.
Mrs Dalloway said she would buy the gloves herself.
Big Ben was striking as she stepped out into the street.
It was eleven o'clock and the unused hour was fresh as if issued to children on a beach.
But there was something solemn in the deliberate swing of the repeated strokes;
something stirring in the murmur of wheels and the shuffle of foot steps.
한 사이트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델라웨이 부인>의 한 구절을 번역한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전에 <등대로>를 읽으면서 감지하지 못했던 미묘한 떨림을 순간 느꼈었기 때문이다. 울프의 <델라웨이 부인>을 원문으로 읽고 싶었다. 교보문고에서 e-북을 구매했다. 예상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생각했는데, 잘못 구입한 것이었다. 내가 구입한 책은 <본드 거리의 델라웨이 부인>이라는 아주 짧은 13페이지 소설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이것을 번역해 보고 싶었다. 앞부분을 번역하면서 꽤나 놀랐다. 이 짧은 글에서 느꼈던 그 놀람과 작은 반짝임과 모호함을 풀어놓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 Mrs Dalloway said she would buy the gloves herself.
델라웨이 부인은 상류층 귀부인이었다. 직접 장갑을 살 필요는 없었다. 아랫사람에게 시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장갑은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취향에 맞는 것을 사야 하니까. 어쨌든 굳이 자신이 손수 장갑을 사겠다고 나섰다. 아마 부인의 의지는 단호했을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의지가 조동사 'would'와 'herself'에 드러나 있다.
2. It was eleven o'clock and the unused hour was fresh as if issued to children on a beach.
'the unused hour was fresh.' 오 미묘한 표현, 난감하다. '사용되지 않은 시간'과 '신선했다' 미래와 과거가 섞여 있다.
'the unused hour' 정관사가 붙어있고 단수로 표현하고 있는 점에 유의해 본다.
사용되지 않은 시간이란, 아마도 집을 나선 열한 시부터 집에 돌아올 시간까지를 말한다. hour이 단수 처리된 것은 한 시간을 의미하는 것일 테니, 부인의 외출 시간은 열한 시부터 열두 시까지 한 시간일 것이다.
그런데 집을 나선 순간 그 한 시간은 아직 경험되지 않은 미래의 시간일 텐데, 이를 과거 시제로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쓰자면 'the unused hour would be fresh.'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the unused hour was fresh.이다.
외출했던 시간의 경험이 아니라, 부인에게 주어진 그 시간에 대한 기대감을 fresh 하다고 표현했을 것이다. 그 의미를 살려 말하자면 "집안에 갇혀 있는 것이 답답했었는데 이제 외출할 생각을 하니 살 것 같았다." 하지만 문장이 구질구질해진다.
3. But there was something solemn in the deliberate swing of the repeated strokes;
직역하면 "그 반복적인 타격의 신중한 흔들림 속에 뭔가 장엄함이 있었다."
시계탑의 추가 천천히 움직이며 타종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장중함은 추의 움직임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소리에 있는 것인지 모호하다.
내용상으로는 추의 움직임을 말하는 듯 하지만, 감각적으로는 시각보다는 청각적 감각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종소리를 표현하는 듯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울프는 시각적 인상과 청각적 인상 둘 다를 끌어안고 있다. 이 한 문장으로 추의 움직임과 종소리 둘 다의 장엄함을 표현하고 있다.
앞 문장의 fresh와 solemn, deliberate의 대조감의 느낌도 울프 문장의 맛이다.
4. something stirring in the murmur of wheels and the shuffle of foot steps.
직역하면 바퀴들의 중얼거림과 발걸음들의 교차 속에서 휘젓는 무언가.
the murmur of wheels는 아마도 마차 바퀴나 차량의 바퀴 소리를 말하는 것일 테다. '바퀴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는 불분명하게 거리에서 웅웅 거리며 지나가는 차량들의 소음을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the shuffle of foot steps '발걸음들의 교차'는 부인이 거리를 걸을 때, 그 옆을 지나치는 다른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를 의미할 수도 있고, 부인 자신의 발걸음 소리를 의미할 수도 있다. 아마도 독자들은 그 둘 다의 소리를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소리들은 거리의 일상적인 소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 문장은 거리에서 들리는 일상적인 소음속에 섞여드는, 어쩌면 그 소음을 압도하는 장중한 타종 소리를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울프는 이러한 문장으로 단순히 거리의 모습을 묘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가답게
그녀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뭔가를 예고하고 있다.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현재와 과거, 일상과 전통의 대조. 더 나아가 분명 존재하며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하지만 좀처럼 감지되지 않는 무게감, 그것이 무엇인지는 점점 더 분명히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도 울프는 그것을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예전에는 전혀 몰랐던 방식으로 읽으면서, 문학을 예술이라 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작가의 마음을 읽어 내면서, 그걸 행간에 담아 풀어내는 글은 큰 놀라움이다.
그 놀라움은 글을 쓰고자 하는 동력을 주는 걸까, 빼앗아 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