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면과 뒷면. 그러나 속살은 하루로는 모른다
이수도 선착장 부근 민박 마을은 볼 게 없었다. 선착장 쪽 기슭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무허가 같은 집들, 거개가 일박삼식 민박이었다. 색을 잃은 겨울의 황량한 모습은 예전에 느낀 거제도의 봄 풍경과는 거리가 있었다.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3~4km 되는 길이었다. 마을의 소음은 멀어지고 파도 소리가 더 가까이 들릴 즈음 의도치 않게 몇 마디 말을 엿들었다. 길을 걷던 분의 이야기였다.
"옛날에는 바다의 비릿한 냄새가 싫었거든,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냄새가 좋게 느껴지는 거야." 중년을 벗어나고 있는 아주머니였다.
굽이를 돌아 선착장과 마을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동쪽 바다를 마주했을 때
비로소 풍경이 보였다. 북쪽으론 거가대교가 조그맣게 보였다. 멀리 동쪽 수평선 쪽 땅머리끝에 하얀 등대가 보였다. 태종대였다.
이수도와 태종대 사이의 드넓은 겨울 바다 위엔 길을 잘못 든 봄날의 기운이 푸르게 넘실거리고 있었다.
또 다른 굽이를 돌아 서쪽 끝에 이르자 서남쪽 수평선에 아스라이 해금강이 보였다.
작년 봄 거제 서이말 전망대에서 보았던 그 모습과 언젠가 우제봉에서 해금강을 내려다본 기억이 섞여 들었다.
수묵화. 둘레길이 끝나갈 무렵 만난 풍경이었다. 미세 먼지 속 태양이 내비치는 빛을 역광으로 받은 풍경이었다. 먹의 농담만으로 원근감을 표현한 한 폭의 수묵화는 지리산에서 본 산그리메를 닮았다.
볼 게 없겠다는 이수도의 첫인상은 깨졌다.
이수도는 그 앞면과 뒷면이 달랐다. 하지만 그 속살은 아직 하루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 아마도 사람 사는 냄새가 비릿한 바다 냄새에 섞여 이수도만의 풍경을 이루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