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럴까?
종교적 경외감을 갖게 만들 정도의 힘이 있는 존귀한자 (greatness)는 누구일까? 당시 사회에서는 범접하기 힘든 왕족들이나 최상위 귀족들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오늘날에는 많은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인플루언서가 추앙받고 있는 정치인들, 유명인사들이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닐까?
현대에는 덜 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존귀한자를 마주한다는 것은 종교적 감흥을 느끼면 전율을 느낄 정도의 흥분이 동반되었을 것이라 추정해 본다. 어떤 책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며 보았던 '러시아 황제의 등장'에 열광하는 백성들의 모습을 그린 글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느끼기 힘든 그런 열광과 경외감이 <댈러웨이 부인>에서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But now mystery had entered the room, as the car had passed the window.
그러나 그 차가 지나가면서, 이젠 방안에 신비로움이 방안에 들어왔다.
It had passed quickly, yet it had left a trail of rumour.
차는 휙 지나갔지만, 그로 인해 온갖 풍문의 흔적이 남겨졌다.
The spirit of religion was abroad with her eyes bandaged tight and her lips gaping wide.
그녀는 붕대로 가린 듯 눈을 꼭 감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고, 맹목적인 종교적 분위기가 거리로 흘러넘쳤다.
But there could be no doubt that greatness was seated within; greatness was passing, hidden, down Bond Street, removed only by a hand’s-breadth from ordinary people who might now, for the first time, have realised the insignificance of their own lives.
그러나 존귀한 자가 안에 좌정해 있었다는 것, 그가 가려진 채 지나갔다는 것, 본드 거리에서 그랬다는 것, 그리고 일반인으로부터 단지 손 한 뼘만큼만 거리에 존귀한자가 있었다는 사실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일반인들은 이제 처음으로 그들 자신의 삶이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Everything had come to a standstill.
모든 것이 멈추었다.
The throb of the motor engines sounded like a pulse irregularly beating through an entire body.
웅웅거리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는 온몸에 불규칙적으로 고동치는 맥박 소리처럼 들렸다.
The sun became extraordinarily hot because the motor car had stopped outside Mulberry’s shop window.
그 자동차가 멀베리 가게 창문 바깥에 서 있었기 때문에 태양은 평소보다 훨씬 뜨겁게 느껴졌다.
At once the whole street was in a state of agitation.
한순간 전체 거리에 웅성거리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The white-gloved hand of a policeman was raised; and then, with a flourish, he signalled the car to pass on.
하얀 장갑을 낀 경찰관의 손이 공중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후 그는 현란한 몸짓으로 수신호를 보내어 그 차가 지나가게 했다.
It went on, toward Piccadilly.
그 차는 계속해서 피카딜리 쪽으로 갔다.
But it left a slight ripple which flowed through the shops on both sides of the street.
그러나 그것은 작은 파문을 일으켰고 그 파문은 거리의 양쪽에 있는 가게들로 차례로 퍼져나갔다.
The customers, and the shopkeepers, looking up, felt the same thrill.
고객들, 그리고 가게 주인들은 무슨 일인지 고개를 들어 보면서 같은 전율을 느꼈다.
For a second, they were all joined together.
일시에 그들은 모두 하나가 되었다.
They were all thinking of the same thing; they were all looking at the same car.
그들은 모두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고, 같은 차를 보고 있었다.
It was as if a giant hand had suddenly gripped them all, and held them for a moment in a single, intense focus.
그건 마치 거인의 손이 갑자기 그들 모두를 움켜쥐고는 순간적으로 단 하나의 점으로 꽉 조이는 것 같았다.
And then, the car was gone.
그리고 나서 그 차는 사라졌다.
It had disappeared, leaving behind only the smell of petrol and the fading sound of its engine.
그것은 단지 가솔린 냄새만을 뒤에 남긴 채, 그리고 점점 사라지는 엔진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But the faces of the people remained changed.
그러나 사람들의 얼굴은 바뀐 채 남아 있었다.
There was a look of expectation, a look of awe, as if they had all shared in a miracle.
기대의 표정, 경외의 표정이 남아 있었다. 마치 그들 모두가 하나의 기적을 공유한 것처럼.
And even Mrs. Dalloway, as she stood by the flower jars, felt her heart beat faster, as if she, too, had been touched by the passing of greatness
그리고 심지어 꽃병 옆에 서 있었던 댈러웨이 부인도 심장이 더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마치 스쳐 지나가는 존귀한 자의 옷자락에 닿였기나 한 것처럼.
여기 반복적으로 나오는 한 단어, passing 이 눈에 걸린다. 기본적으로 '지나가다'란 뜻이지만, pass away는 '죽다', pass out는 '기절하다'란 의미인데, 이런 복합적인 의미가 다층적으로 섞여 있는 듯하다.
존귀한자가 그냥 지나치는 것도 '전율'을 일으키지만, 그러한 자가 죽었을 때에는 그보다 더한 '전율'이 동반되지 않을까, 아마 기절하여 졸도할 정도의 종교적 열정과 경외감도 동반되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느낌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원문을 번역의 글로서는 어떻데 도저히 표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어떤 천재적인 작가나 번역가가 이를 오묘하게 표현해 낸다는 얼마나 놀라운 일일까?
여러 번역판을 함께 참고하면서, 그 모든 번역을 뭉뚱 거려 이해할 때 원문의 느낌이 더 진하게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