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의 입체적 모습
<댈러웨이 부인>의 초반부를 번역하면서, 작가가 얼마나 공을 들여 글을 썼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단순한 한 단어, 한 문장에 담겨있는 의도나 미묘한 감정 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번역자에게 주어진 행운이다. 그냥 독자로서 읽을 때는 감지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느껴지고 보이고 들린다고나 할까, 어쩌면 번역자로서의 나 혼자만이 글의 세계에 빠져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델러웨이 부인>을 끝까지 읽지도 않았고,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아직 댈러웨이 부인의 성격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녀의 다층적이랄까, 아니면 입체적이랄까, 아무튼 그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이 이어지고 있다.
댈러웨이 부인의 어린 시절 연인이었던 피터 월시와의 관계가 쌍방 연인이었는지, 아니면 짝사랑이었는지는 아직도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클라리사의 피터에 대한 연정이 어떠했는지가 조금씩 드러나는 듯하다.
이번 번역에서는 댈러웨이 부인이 꽃집을 방문한 후 집에 돌아온 장면이다. 그녀가 집 문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눈에 띈 것은 잘 관리되어 반질반질한 청동 명패였다. 이는 그녀 가문의 품위가 공식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라 보인다.
그리고 클라리사에게 보인 또 하나. 그것은 편지함이었다. 나는 이 문맥에서 이 편지함의 존재 가치를 중심에 놓고 싶다. 왜냐, 편지는 피터 월시를 그녀에게로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클라리사는 피터 월시의 편지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다. 그리고 아마도 이 편지함은 비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편지함을 굳이 언급하는 것은 그녀의 시선이 거기에 닿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다시 말해 그녀는 아직도 피터 월시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이는 그녀의 쓸쓸함이랄까...
방안에 들어섰을 때, 그 방의 서늘함, 정적, 수녀가 된 듯한 느낌 등, 아마도 그녀가 손을 눈가로 들어 올린 것은 눈물을 닦기 위해서가 아닐까 상상해 본다. 공식적으로는 파티도 열고, 사람을 초대하고, 활발한 사교 생활을 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 그녀의 삶은 차가움, 외로움, 고독함이 아니었을까?
순간 자기만의 정적의 세계로 잠깐 몰입했던 댈러웨이 부인은 다시 일상의 활동으로 돌아온다.
가만히, 천천히 읽으면서 댈러웨이 부인의 입체적인 모습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상상의 날개를 펼쳐 보는 즐거움을 가져 보기를...
For Mary Bruton was expected, and the Whitbreads.
메리 브루턴이 오기로 되어 있었고, 휘트브레드 부부도,
She had reached her own door.
그녀는 자기 집 문에 도착했다.
There was the brass plate, well polished, and the letter-box.
잘 닦여진 청동 명패가 있었다. 그리고 편지함도.
Scrope Purvis, seeing her at the door, thought her a charming woman.
스크로프 펄비스씨는 문에서 그녀를 보자, 그녀가 매력적인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She had a touch of the bird about her, of the jay, blue-green, light, vivacious, though she was over fifty, and grown very white since her illness.
그녀는 새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청록색의 가볍고 활달한 어치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오십이 넘었지만, 그리고 병이 난 후 머리가 매우 희끗해졌음에도.
There she perched, never seeing him, waiting to hear the door open.
거기에 그녀는 횃대에 서 있는 듯했다. 그를 전혀 보지 않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나 하고 기다리면서.
Lucy opened it.
루시가 문을 열었다.
The hall was cool as a vault.
홀은 납골당처럼 서늘했다.
Mrs. Dalloway raised her hand to her eyes, and, as the maid shut the door to, and she heard the trickle of the silver-plated water, she felt like a nun who has left the world and feels fold round her the familiar veils and the genuflexions.
댈러웨이 부인은 손을 눈가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하녀가 문을 꼭 닫았을 때, 그리고 은도금 수도꼭지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세속을 등진, 그리고 익숙한 베일과 무릎을 꿇은 경건함이 온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는 수녀가 된 듯했다.
It was her life, and it had this value, she thought, stepping in.
이것은 나의 삶이야, 이것은 이런 가치가 있는 거야 하고, 생각하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The Cook says, Ma'am, " said Lucy, "that the silver-plated is just come."
"수석 요리사가 전해 달래요, 부인" 루시가 말했다. "은 도금 시기가 막 도착했다고."
"Thank you, Lucy, " said Clarissa, taking the message.
"고마워요, 루시" 클라리사는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며 말했다.
She felt as if she had been away for years.
그녀는 마치 여러 해 동안 집을 비웠다가 돌아온 사람처럼 느꼈다.
The house was all in order.
집은 모두 잘 정돈되어 있었다.
The sun fell upon the floor in large, quiet patches.
햇빛은 조용히 넓게 마루 위로 떨어졌다.
There were the flowers she had bought, and the cards on the table.
그녀가 사 왔던 꽃들도 있었다. 그리고 탁자 위엔 카드들도.
But she must go up.
그러나 그녀는 올라가야 한다.
She must go to her room.
그녀는 방으로 가야 한다.
She must sit for a moment, and reflect.
그녀는 잠시 앉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
For this was the day, this was the hour; the party was to-night.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시간이었다. 그 파티는 오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