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우연한 순간

by 아이언맨

카페 파로스, 최형의 추천 카페였다.


우리는 용호동 약콩밀면집에서 밀면을 먹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수수한 맛이 마치 매화향이 코 천장을 슬쩍 할퀴고 안개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그리고는 카페 파로스로. 민주공원에 주차하고 십여 분을 걸어서 도착한 카페는 산토리노의 파란 지붕 하얀 집을 닮았다.


삼층 루프탑에서 보는 풍경은 바다를 향해 탁 트여있다., 영도를 중앙에 두고 오른쪽에는 남항대교와 그 너머로 묘박지, 왼쪽으로는 부산항대교와 그 너머로 신선대, 그리고 이기대를 품고 있는 장자산.



장자산쪽을 바라보며 그 앞에 있는 산이 아마도 봉우리산일 거라고 최형이 말하니, 루프탑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한 아가씨가 '맞아요, 봉우리산'하고 말한다. 이렇게 해서 짧은 대화가 오간다.


'아가씨가 어떻게 그걸 알아요?'

'용호동에 살거든요.'

'우리도 방금 용호동에서 왔는데'

'정말요?'

'그럼요. 용호동 맛집에서 점심 먹고 여기 왔어요. 아가씨 용호동에 산다니 알지도 모르겠네요'

'어디예요'

'약콩밀면, 알란가 모르겠네?'

'약콩밀면 잘 알죠. 맛집이잖아요.'

'오, 알고 있네요. 진짜 용호동 사람 맞네. 우리 거기서 밥 먹고 할매단팥죽 먹고 왔지요.'

'용호동에 맛집 많아요. 살기도 좋아요.'


최형과 아가씨는 오래된 친구인 양 잠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눈다. 차를 타고 오면서, 여행 중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오래 기억된다는 말을 주고받았는데.


카페 파로스에서 부산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눈 앞에 보이는 영도 봉래산, 그리고 흰여울 마을, 깡깡이 마을,


바로 아래에 보이는 용두산 공원 옆 복병산.


그리고 낙동강 을숙도 옆 둔치도,

가덕도의 천성과 대항과 새바지,

눌차도의 정거마을.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 금정산.


오영수의 소설 '갯마을'의 배경인 기장 '학리', 영화 '갯마을'의 촬영지 기장'이천리'.


굳이 외국으로 떠나지 않아도, 바로 우리가 사는 이곳, 부산에도 갈 곳은 많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곳곳에 숨어 있는 맛집과 카페가 많다. 부산을 사랑하는 최형의 증언이다.


우리는 토요일 오후의 짧은 도시 외출을 여행이라 하기로 한다. 맛과 풍경을 찾아 나선 여행. 계획에 없던 여행길에 부산 여행을 이야기 한다.


자연을 즐기는 여행도 있고, 도심을 걸으면서 사람이 만든 것을 보고 즐기는 여행도 있다.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곳이면 금상첨화다. 그것은 의미를 부여하니까.


때로는 우리가 방문한 장소에 의미를 남겨 놓기도 한다. 오늘처럼 예기치 않은 소소한 일들도 의미가 되곤 한다.


나는 최형에게 말한다. 오늘 이 순간은 그 아가씨에게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 될 거라고. 물론 우리가 다시 이곳을 방문한다면 그 예쁜 아가씨와의 기막히게 우연한 대화가 생각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