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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무

초 여름의 몽유

by 아이언맨

하늘과 바다는 모두 파스텔톤 연한 하늘색으로 흐릿한 수평선만이 하늘과 그 이래 침잠한 바다를 희미하게 가르며 아스라하다. 눈을 감는다. 초여름의 따뜻한 온기가 온몸에 퍼진다. 그리고 희한한 평온에 감싸인다. 꿈결 같은 무욕의 평화, 그것은 하늘과 바다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에서 비롯되었다. 하나가 된다, 그렇다면 모든 것일 텐데,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무욕이다. 열반의 언저리에서 몽유하고 있는 느낌이 이럴까.



눈을 뜬다. 존재가 꽃처럼 피어난다. 원초의 하나는 홀로 존재하니 존재의 의미가 없다. 이 하나가 쪼개졌을 때 세계가 생겼고, 존재는 비로소 공동존재가 되었다. 하이데거의 존재, 즉 공동 존재, 또는 세계--존재가 존재하게 되었다. 꽃처럼 피어난 존재가 제각각 존재를 뽐낸다. 하나는 깨어졌다.



존재는 다시 원초의 하나로 돌아가려 한다. 그곳이 존재의 고향이다. 존재를 뽐내는 존재들이 없는 하나의 그것, 합일 즉 하나, 곧 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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