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 짧은 여행은.. 엄니와 내게 더 긴 위로였는지도 몰라
너무 신나서 한걸음에 달려오신 엄니예요.
며칠 전부터 남편과 딸, 아들에게 허락받은 상황이라 저도 엄니와의 여행을 포기할 수 없죠.. 무엇보다 올해 첫 차박이니까요
엄니랑 전 궁합이 너~~ 무 잘 맞아요
하루 전 미리 준비를 다 해도, 또 챙길 게 많아요. 그래도 다행인 건
절대!!
네버!!
무조건!!
지역 소상공인 식당에서 사 먹기!!
안 그러면 저희 엄니 1박 2일 상관없이 한 달 치 반찬, 쌀... 아.. 정말 고추장도 1kg 통으로.. 절대!! 안돼!!
79!!
저번주 엄니의 79번째 생신이었어요.
딸과 조카가 비밀리에 케이크를 주문하고, 초를 꽂아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네요
요즘은 나이에 맞게 초를 꽂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몰랐어요.
역시 센스쟁이들이네요.
지난 토요일,
바다를 너무 좋아하는 엄니를 위해 캠핑카 차박 캠핑을 준비했죠.
해루질을 좋아하는 엄니를 위해 제30대는 그 바쁜 와중에도 해루질하러 섬에도 가고, 정말 많이 돌아다닌 것 같아요. 일정이 빡빡한 엄니라 미리 일정 예약을 해야 해요~. 밤새 서류 작업을 하고, 새벽 4에 잠들었는데, 아침 9시 엄니에게 전화가 왔어요.
"어떡해.. 비와.."
엄니의 한숨 섞인 속상한 목소리에 눈이 번쩍.. 부스스한 얼굴로 다 떠지지도 않는 눈을 한쪽만 뜨고, 거실을 나가니.. 정말 날도 흐리고, 비가..
"서울은 저녁 9시까지 비 오는데, 당진 쪽 서산 쪽은 오후 5시에 비 안 온다는데? 갈까?"
너무 신나서 한걸음에 달려오신 엄니예요.
며칠 전부터 남편과 딸, 아들에게 허락받은 상황이라 저도 엄니와의 여행을 포기할 수 없죠.. 무엇보다 올해 첫 차박이니까요
엄니랑 전 궁합이 너~~ 무 잘 맞아요
하루 전 미리 준비를 다 해도, 또 챙길 게 많아요. 그래도 다행인 건
절대!!
네버!!
무조건!!
지역 소상공인 식당에서 사 먹기!!
안 그러면 저희 엄니 1박 2일 상관없이 한 달 치 반찬, 쌀... 아.. 정말 고추장도 1kg 통으로.. 절대!! 안돼!!
오후 5시까지만 비가 온다기에 출발했건만.. 비가.. 와.. 막.. 와.. 퍼붓고.. 와..
도착할 때까지 비는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세차게 퍼부었어요.. 정말.. 운전대 꽉 잡고 운전했다는..
원래 캠핑카에 텐트에 카라반에 차박하는 차들로 꽉 차는 주차장인데, 비가 온다 하니 항구 쪽엔 차들이 많이 안 보여요.
와!! 진짜 러키비키잖아?
대신 화장실이 있는 곳은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해 차박을 즐기도 있더라고요
운 좋게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주차를 하고, 전기장판을 깔아 따뜻하게 차박 할 준비 끝. 저녁 먹고 와서 작동하기
주차하고 나니 비는 그쳤지만, 바람은 정말 여전히 세찼어요. 바람이 너무 강해 따뜻한 국물이 당기다니 '짬뽕'먹으러 갑니다.
"비 오는 날은 짬뽕이지, 회는 비 안 오는 내일 먹자"
신나서 혼자 앞장서는 우리 엄니
주변 구경 할 시간이 없었어요.. 너무 추워서.. 바람이 겁나 세차서..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10분 거리 짬뽕집으로
엄니는 해물낙지짬뽕, 전 굴짬뽕
뜨끈한 국물에 몸을 녹이니, 웃음이 자연스레 피어오릅니다
"이마트에서 생수하나 사서 나오며, 생수 2개 사면 1개 더 이벤트 해~"
"그래서 2개 샀어?"
"아니, 1개 샀어! 3개나 먹지 않을 것 같아서"
"에구.. 바보!!"
헐.. 갑자기 바보 됨..
물 사서 나오니 금방 깜깜해지네요.
다행히 주변 불이 환해서, 엄니랑 같이 있어서 무섭지 않아요~
"엄니, 사랑해~"
"나도~"
러면서 또 '뭉'(9개월 된 포메)이 외로울까 봐 얼른 서둘러 앞장서 가시네요
배터리 확인하고, 전기장판 체크하고!
엄마는 평소 새벽미사, 아침 10시 미사 2번 다니시다 보니 피곤하신지 말없이 스르르 잠이 드셨고, 저는 컴퓨터 서류나 집안일로 항상 새벽 3시는 되어야 잠드는 생활을 했기에 '이렇게 빨리 자긴 아쉬운데..' 했죠.
하지만 엄마의 숨소리와 '뭉'이가 옆구리에 착 붙어 자고, 따뜻한 전기장판 덕분에 등도 따뜻하니 저도 단잠에 빠지더라고요.
배터리가 63%
괜찮죠. 금방 100% 충전돼요.
차위에 태양열 크게 깔아서 ㅋㅋ
그전 차주님이
바다뷰 식당을 가고 싶었지만, 사람 없는 식당 팔아주자며 들어간 '쌍용수산'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 사람들이 2 테이블이나 있더라고요.
광어회 주문하고, 아버지가 좋아하던 실치가 지금 제철이에요. 하지만 우린 '회'를 먹으러 왔으니, '광어회' 5만 원 하나 시키고, 밥 추가했어요.
무슨 일인지 찌개는 안된다네요
밑반찬으로 간장게장 맛보기용 나왔는데, 와! 맛나.. 달콤.. 하나도 안 비림..
호텔만큼은 아니지만, 엄니와 따뜻한 이 차박 여행에서 절약한 숙박비로 회를 먹으니 맘 편하게 주문해 봅니다.
'쓱싹' 두툼하게 썰린 회, 상추, 초장, 마늘, 청양고추, 그리고 가자미 양념의 조합은 그야말로 최고였어요.
밥에 쓰삭 비벼 먹는다 하니 참기름도 넣어주시는 센스사장님~ 감사요
맛보기 간장게장 왜 줬는지 알겠어..
겁나 맛나..
1만 원 추가해서 한 접시 주문요
알이 꽉~
덕분에 회는 포장하고, 외로웠던 '뭉'이 데리고 산책합니다.
아코.. 먹기 전에 찍을 걸..
마트에서 산 아이스크림
이 작은 일에도 엄니는 너무 행복해하시네요.
엄니의 미소진 표정만 봐도 아시겠죠~
이번 차박여행은 성공이네요
뿌듯함
이제 아버지 보러 갑시다~
어젠 비가 많이, 그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딸네미 운전 힘들까 봐 오늘로 미루셨죠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수선화인가요
또.. 저리 앞장서 가십니다.
아버지랑 한참 이야기하고, 다시 서울로
여기서만 볼 수 있는 토종 흰민들레
정말 많아요~
토종 흰 민들레는 약인 거 아시죠.
그래서 뽑지 않고, 사진만 찍어요.
귀한 몸이시니
마음 충분히 채우고 미련 없이 서울에 도착하자 오후 5시
비 그친 바다,
짬뽕 한 그릇,
엄마와의 산책,
뭉이의 따뜻한 체온
삶은 이런 조각들로 충분히 빛나죠.
어쩌면 이 짧은 여행은,
엄마와 저에게 더 긴 위로였는지도 몰라요.
바람 많던 장고항 바다도,
따뜻했던 전기장판도,
모두 말 대신 마음을 전해주는 시간이었어요.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온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이제 더 이상 뒤로 미루지 마세요. 저처럼 짬 내서 여행 도전!!
어쩌면 이 짧은 여행은, 엄마와 나에게 더 긴 위로였는지도 모른다.
바람 많던 장고항 바다도, 따뜻했던 전기장판도, 모두 말 대신 마음을 전해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온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이제 더 이상 뒤로 미루지 않겠다고.
#차박캠핑, #엄니랑1박2일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