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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인 May 03. 2022

MZ의 고뇌

행복을 평가하는 시대

생각이 많은 사람은 대체로 걱정도 많은 사람이다. 걱정이 많기에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불안도 많아진다. 끊임없는 악순환의 굴레가 이렇게 시작된다. 너무 빠르게 바뀌는 세상, 문화, 트렌드. 그 사이에서 오히려 나의 색을 잃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심을 잡고 두 발로 꼿꼿이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정보의 파도는 늘 나를 덮쳐온다. 나의 행복의 괴리는 늘 인터넷, SNS를 통해 생긴다. 나의 현실은 바동바동 발버둥만 치는 느낌인데 청광이 빛나는 화면 속의 타인은 늘 화려하고 늘 웃고 있다. 지금보다 어릴 땐 부러웠고 괴로웠다. 그들의 삶이 부러운 것이 아닌 그들의 웃음, 그 여유가 부러웠고 그 뒤로 꺼진 화면 속에 비치는 나의 무표정이 괴로웠다. 그 괴로움은 열등감에서부터 나왔다. “난 왜 저렇게 못 살까?” “난 왜 이렇게 밖에는 못 살까?” 밤새 그 영양가 없는 생각 속을 유영하곤 했다.


나이가 들고 흔히 말하는 철이 든 시점부터 타인과 비교하는 버릇, 일종의 습관은 사라지고 나름 나만의 철학을 만들고, 나만의 행복 속에서 인생을 살아 나아가고 있음에도 이제는 열등감이 아닌 불안함이 다가온다. 늘 마음이 수선하고 요란하다. 불안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행복감을 느끼다가도 지금 이렇게 태평하게 나자빠져 있을 때가 아니라고 마음이 불길하게 두근거린다.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싶지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 미궁에 빠진다. 이 불안함이 나의 문제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나를 둘러싼 이 세상의 불온함의 기운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MZ의 선두를 이끄는 나이가 되었지만 나 또한 아직도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불행하지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은 상태. 가끔 행복하지만 이게 행복인가 의문이 뒤따르는 상태. 큰 고민은 없지만 매일이 고민인 상태. 연일 인터넷에는 각종 기사들이 오르내린다. 무조건 자극적이게, 무조건 궁금해지게 만드는 제목들, 막상 들어가 읽어보면 별 내용도 없는 글들, 연예계 가십, 남녀 갈등 조장, 여야 갈등 조장. 그 속에 간간이 보이는 청년들의 이야기. 왜 MZ는 힘든 것인지, 왜 MZ만 유별나게 직장에 오래 못 다니고 이리저리 방황하는지 답을 찾아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그러면 답은 늘 하나로 이어진다. 정보의 파도, 그 과도기에 MZ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이 모든 것들의 폭발적인 유행을 경험하고 스스로 타인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자존감이 하락하고 “남들은 다 저렇게 사는데 나만 이래. 내 인생은 힘들어. 나만 힘든 것 같아.”라는 틀 안에 자신을 가두기 쉬워진다. 타인을 판단하고 판단받는 것이 너무 빨라졌고 편리해졌다. 타인의 행복에 대해 온전히 받아들이고 축하의 말을 건네는 것보다 “내가 인터넷에서 봤는데 행복이란 이런 거래.”라는 인스타 감성 글귀를 들이미는 게 더 쉬운 세상이 되었다. 내가 느끼는 행복을 과시하고 판단받기 위해 SNS를 하고 하트 수, 댓글 수를 유심히 보며 타인의 반응을 살피게 된다. 이미 행복의 기준이 내가 아니라 타인의 반응에 맞춰진다. 넘쳐나는 세상의 볼거리, 즐길 거리, 정보는 넘쳐나는데 그걸 받아들이는 나의 내면은 점점 더 공허해진다. MZ의 가장 큰 고통은 지금 내가 발을 딛고 사는 현실에서의 여러 가지 많은 행복들이 작은 스마트폰 액정의 세계 속의 그럴듯해 보이는 행복보다 못하다고 느껴지는 감정을 견디고 사는 것 아닐까. 행복이라는 건 타인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 것인데도 자꾸 세상은 '네가 특별하다고 느끼는 그 감정, 사실 별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런 상황을 견디는 나날이 지속되면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해지는지, 내가 뭘 먹을 때 행복한지 계속해서 의문이 생기게 된다.    

오늘도 이렇게 MZ의 생각, 걱정, 불안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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