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하는 몸 2

by 김문수

사람이 너무 냉정하다는 말을 가게 사장으로부터 들었다. 십 개월 간의 계약직인데 뭘 그리 하고픈 말이 많은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계산만 하는데 계약서에 없는 일까지 종종 시키려 드는 것이 오히려 위선적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진상 손님이 오든 평범한 손님이 오든 똑같이 대했을 뿐이다. 사람의 마음이 솔직히 드러나는 눈빛마저도 그랬다. 그러니, 상식적으로 나는 옳게 행동했다. 왜 그것이 냉정함과 연결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근래에 들어 너와의 대화가 의문에 남아 일에 집중하기에 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은 맞다.
밤 열 시쯤 집 문고리를 손바닥에 쥐고 돌렸다. 손에 들린 비닐봉지가 내는 소리가 거슬렸다. 신발장에는 슬리퍼와 운동화 서너 켤레가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있었다. 나는 오늘 신은 신발마저 대충 벗어던졌다. 봉투에서 생수 두 통과, 마실 것이 술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안주로 준비한 마른 오징어 한 개를 꺼냈다. 돌아오는 길에 있는 노점에서 팔던 것이라 양에 비해 가격이 싼 편이었다. 생수 뚜껑을 돌려 빠르게 딴 뒤, 따로 어딘가에 따르지 않고 입에 댄 채로 마셨다. 그렇게 오징어와 물을 번갈아 가며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
나무에 처음 보는 새가 앉아 있다. 나는 좀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몸을 숙여 가지들 사이로 스마트폰 렌즈를 들이밀었다. 새가 그것을 알아챘는지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이내 날아가 버렸다.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워했다. 해가 지고 있었으므로 어딘가에서 잠을 자야 할 것이다. 집에 가면 좋겠으나 그만한 거리를 갈 수단이 없었다. 버스정류장은 멀고 택시는 잡히지 않았다. 왜 굳이 내가 경기도에서 충청의 한 동네까지 내려와서 이 고생을 하는지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의 근방-동네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에 버려진 컨테이너 박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어디에 쓰느냐는 고사하고, 지인에게 전해 들은 순간 그것의 필요가 강하게 느껴졌다. 다시 말하자면, 이유와 목적은 분명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잊어버렸으나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나는 믿었다. 컨테이너의 내부가 상당히 크고 전에 주거용으로 쓰였는지 장판이 있었다. 냉기가 머리부터 올라와 발가락 사이로 뻗어나갔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모기가 엥엥대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네가 대학생이었을 시절, 너는 창문이 없는 단칸 고시원 방에서 살다가 졸업과 동시에 서울로 거처를 옮겨 칠 년쯤 그 집에 살고 있었다. 네가 대학을 다닐 때 느껴 본 감각들을 지금 내가 받고 있는 듯했다.
일찍 일어나 택시를 잡았다. 차가운 시트가 나를 반기며 등골을 오싹하고 몸을 바들바들 떨게 만들었다. 조만간 업체를 부르든 직접 꾸미든 컨테이너를 살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미터기에 달리는 말의 네 발의 리듬이 일정해서, 계속 지켜보다 보니 멀미가 났다. 재빨리 눈을 감았다. 약이 없을 때는 이것이 가장 낫다.
*
너의 집을 재방문했다. 네가 그 시간대에는 직장에 가 있을 테므로 비밀번호를 미리 받아 두었다. 너의 직장은 한강에서 이십분쯤 차로 가야 나오는데, 정확히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머릿속에 있는 건 네가 그 회사의 과장이며, 실적이 나쁘지 않아 호평받는다는 것 정도였다. 집의 진열장에 놓인 명패가 있었다. 과장 최민우라고 영롱히 적혀 있었다. 다만 집안 분위기는 명패와는 상반되게 섭섭한 느낌이 있었다. 나는 온 김에 지저분한 네 책상 위를 정리 해 두었다. 육각형의 연필, 원통형의 연필 몇 자루가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밤늦게까지 디자인을 짜 보다가 출근을 했나.
너는 계속 디자인이라고만 했으니까. 회사도 아마 그런 예술적인 것을 맡는 곳이려나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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