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의 악필 편지
우리는 나이를 먹습니다. 우리는 성숙해집니다. 우리는 늙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죽지요. 그러나 끝이 있기에 삶은 아름답다고 이야기합니다. 죽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하루하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일이 우리가 낳은 관계에서도 일어납니다. 관계 또한 나이를 먹고, 성숙해지고, 늙고, 마침내 죽게 되지요. 삶이 그러하듯, 관계는 변화하고 그 변화에는 끝이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관계는 어느 순간에 머물러 있나요? 아마 당신이 관계를 고민하는 것은 관계가 변화하는 순간에 닿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첫 등교 같은, 또는 첫 사랑 같은, 누구나 살아가며 몇 번은 겪었을 변화의 순간이 당신의 관계에도 찾아온 것이겠지요. 아름답든 아름답지 않든, 즐겁든 괴롭든, 지금이 지나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일 겁니다. 당신이 지나 온 삶의 모든 장면들이 그러했던 것처럼요.
저는 당신이 그 관계의 순간과 함께 지금 여기에 머물러보길 바라요. 달큰했던 과거도 아니고, 아직 오지 않은 장밋빛 미래도 아닌, 당신이 편지를 읽고 있는 있는 지금 이 곳에서요. 현재에 머무르지 않는 것들은 흐릿해보이기 마련이에요. 윤색되어 보이기도, 왜곡되어 보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저는 당신이 지금의 망설임, 지금의 슬픔, 지금의 아련함과 눈을 마주쳤으면 해요.
그렇게 당신이 지금의 권태로운 순간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그 충실함의 결과가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겠죠. 다만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그 선택이 당신이 지금 머무르고 있는 관계의 순간에 충실한 결과이기를 바랄 뿐이에요. 당신이 들여다보곤 하는 과거의 어느 날, 당신과 당신의 연인이 그러했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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