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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별 Nov 28. 2021

책에 집중하기 힘든 당신에게

11월 25일의 악필 편지


 무언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리고 예전엔 파묻혀 살다시피 했던 책에도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당신만의 문제일 것 같지는 않아요. 저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제 열정도 늙어가는 것처럼 느끼곤 합니다. 어릴 때는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지요. 그 수많은 새로운 것들에 흥미를 느끼고 열정을 불태운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었을 겁니다. 저 또한 어릴 때는 취미를 갈아치우는 것이 취미인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갈 수록 우리가 열정을 불태울 대상의 폭은 점차 좁아집니다. 열정을 느끼지 못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부어야 할 때가 있을지도, 그렇게 열정을 낭비하는 일로 우리 가운데 많은 이들이 먹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허무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예전엔 내가 흥미를 느낀 일에 마음껏 몰입할 수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무미건조하게 밥벌이를 위한 일만 반복하는 로봇이 된 기분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변했다는 것을 긍정하는 일 같습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었지요. 책에 파묻혀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했던 시기는 우리를 지나쳐 흘러갔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요? 그렇다면 우리의 열정이 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 겁니다. 과거의 행복은 의미가 있지만, 그 틀에서 현재의 우리를 판단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책을 읽는 것이 재미있었던 건 그 때 그것이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고 있어요. 당신은 당신의 현재에 대해 잘 알고 있나요?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나요? 제게도 어려운 질문입니다.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나는 나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거든요. 우리는 지금에 맞는 새로운 열정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시기를 지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험을 하는 기분으로 새로운 책을 찾아 서가를 들락거렸던 어린 시절처럼요. 


 그런 의미의 발견은 길을 걷다 떨어진 돈을 줍듯 갑자기 찾아드는 행운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던한 품이 드는 일이지요. 마음에 드는 하나의 책을 찾기 위해서도 수십 권의 표지를 살피고 작가의 이름을 외우는 노력을 들였던 것처럼요. 그러기 위해서, 저는 당신이 당신의 마음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수 있기를 바라요. 무의미하고 허무한 감정의 무더기 밑에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당신의 열정이 무언가를 여전히 속닥거리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겠지요.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적건데, 제게는 매일 분량을 정해놓고 글을 쓰는 버릇이 제 열정의   목소리를 듣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공허한 하루를 보낸 날에도 어떻게든 한 바닥의 글을 토해 놓으면 이따금은 그 안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과 눈을 마주할 수 있었거든요. 오늘은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내가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 하면서요. 진흙탕 같은 글무더기를 돌이켜 읽으며 저는 저 자신에 대해 배워갔던 것 같습니다.  


 당신도 그런 반짝임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요. 머지 않아 그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당신이 느끼는 무기력과 허무함은, 그 밑에 끓어오르는 열정을 향한 갈증의 증거일테니까요.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편지를 보내 주세요. 답장으로 악필 편지를 매주 목요일 저녁 6시에 보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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