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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별 Dec 16. 2021

관계를 끊어낸 당신에게

12월 16일의 악필 편지


친구라는 게 인생에 정말 필요한 것이냐는 당신의 물음은 저의 귓가에 오래 맴돌았습니다. 정말 친구가 필요한 것인지 묻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거든요. 지금의 관계로 인해 당신이 이만큼 힘들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지요. 정말 친구가 필요 없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힘들어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저 차근차근히 거리를 두며 관계를 정리해나가지 않았을까요.


당신보다 조금 더 오래 살아 온 제게도 관계란 여전히 어렵습니다. 아마 평생 어렵겠지요. 사람은 모두 다르고, 그렇다면 어떤 사람과의 관계라도 그 이전의 것과 같은 것은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나이를 먹고, 많은 관계를 이어나가거나 끊어내며 점차 확신하게 된 것은 있습니다. 관계는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어떤 관계도 일방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좋은 관계는 내가 상대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을 품게 합니다. 나쁜 관계는 반대로 파괴적이지요. 상대가 나를 파괴하는 것 못지 않게 내가 나 스스로를 파괴하게 합니다. 스스로 무가치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하지요. 그런 관계를 끊어내는 것도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아픔이, 당신이 관계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여기지 않기를 바라요.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지요. 관계의 온기를 갈망하는 것이 우리의 본능입니다.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던 누군가를 떠올려보기를 바라요. 그 사람과의 관계가 당신을 얼마나 바꾸었는지, 당신에게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도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또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관계가 가진 힘이라고 저는 믿어요.


오늘의 당신은 그저 나쁜 관계로 많이 상처받았을 뿐이에요. 아프고 고되겠지요. 누군가와 새로운 우정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이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 두려움으로 인해 더 좋은 관계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요. 누군가에게 당신이 그랬듯, 당신도 또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러기 위해 당신이 지금은 충분히 아파하실 수 있기를 저는 바라요. 오늘 밤은 많이 울고, 울다 지친 당신을 위해 맛있는 저녁을 드시고, 따뜻하게 주무시기를 바라요. 필요하다면 며칠을 그러셔도 좋아요. 충분히 아프고 나면 다시 힘이 날 거예요. 새로운 관계를 찾아나설 수 있을테고, 이따금은 좋은 관계를 만날 수 있겠지요. 그 때를 위해, 당신이 당신 자신을 훌륭하게 지키시기를 바라요.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편지를 보내 주세요. 답장으로 악필 편지를 매주 목요일 저녁 6시에 보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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