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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별 Jan 22. 2022

비참하게 이별했을 당신에게

1월 20일의 악필 편지


편지를 받고도 답장을 쓰기까지 제게는 짧지 않은 뜸들임이 필요했습니다. 3주가 조금 넘은 시간이 지난 지금, 당신은 어떤가요? 작은 상처라면 아물고 딱지가 떨어졌을 시간입니다. 어쩌면 당신과 그 사람과 잘 화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고, 저 또한 당신이 그러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당신은 어떤가요?


적어도 당신은 일 년의 만남 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 것처럼 보여요. 그 결실이 어떠했든, 최선을 다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입니다. 그랬던 당신이 무례한 대우를 받으며 마지막 순간에 겪었을 당혹감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아요. 그저 당신은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참 소중했다고,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을 텐데…


어쩌면 당신을 아프게 하는 생각이 옳은 걸지도 모릅니다. 일 년의 시간 동안 당신은 그 사람에게 큰 의미가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당신에게 그 사람이 소중했던 만큼 그 사람은 당신을 소중히 여긴 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되묻고 싶어요. 그러면 어떤가요? 그게 의미가 있나요? 그 일 년의 시간은 당신의 삶의 한 조각이지요. 그게 타인에게 가치가 없다면, 당신에게도 가치가 없어지나요?


삶은 고독을 벗삼는 일입니다. 이따금 우리의 삶의 궤도가 누군가와 겹칠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중력에 이끌리며 서로의 궤도를 빙빙 돌며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궤도를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몫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당신의 욕망이지요. 지금, 당신은 걷고 있나요? 당신은 어디를 향해 걸어가고 있나요?


당신의 슬픔에서 저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느낍니다. 상대가 좋은 인연이었다고 홀로 곱씹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또한 당신이 좋은 인연이었음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왜 그러기를 원하는지 저는 알 수 없지요. 어쩌면 제 넘겨짚기가 틀렸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욕망하는 당신 자신을 알아주는 일이리라 저는 믿습니다.


여전히 당신의 앞에는 광막한 삶이 놓여 있습니다.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당신을 뒤따르고 있겠지요. 그 욕망을 안아 주세요. ‘나는 사랑받고 싶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세요. 그럴 수 있을 때, 당신은 이전과는 다른 걸음을 내딛을 수 있으리라 믿어요. 타인이 아닌 당신의 욕망이 당신에게 가치있는, 당신이 걸어가고 싶은 곳으로 걸어가는 걸음이 되겠지요. 그 때, 당신은 당신의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편지를 보내 주세요. 답장으로 악필 편지를 매주 목요일 저녁 6시에 보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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