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의 악필 편지
재능이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제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필력은 꽤 자신이 있었습니다. 대학원에서 국문과 교수님들께도 곧잘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들었지요. 그러나 제가 가지지 못한 건 그 괜찮은 필력으로 긴 글을 완성하는 끈기였습니다. 그래서 작은 책 한 권 분량의 졸업논문이 평생 가장 힘들었던 글쓰기였지요. 어떻게든 졸업은 했지만, 저는 지금도 제 논문이 대학원 졸업논문다운 수준을 갖춘 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고비를 넘기고 나서는 저는 펜을 잡는 손이 확연히 가벼워졌습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지금처럼 매주 콘텐츠 연재를 끈기있게 해내는 건 불가능했을 겁니다. 책을 출간하기 위해 원고를 준비하는 것도 현실감 없는 백일몽에 그쳤겠지요. 졸업논문은 성공이라고 말하기엔 낯부끄러운 글쓰기였지만, 그 경험은 앞으로 글을 쓰는 데 있어 제게 지독하게 아픈 예방주사가 되었습니다.
재능이란 이토록 복잡한 것입니다. 글쓰기만 해도 소재를 선정하는 안목, 글의 구조를 짜는 기획력, 기획을 맛깔나게 풀어쓰는 필력, 그리고 그걸 완성하는 끈기가 필요하지요. 끈기가 부족했던 저는 글을 쓰는 재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글쓰기에 필요한 수많은 것 중 단 하나가 모자랐던 것이지요. 그 결핍을 직면하고 아둥바둥 채우려 들었던 경험은 제게 끈기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쳤습니다. 그건 졸업논문 그 자체보다도 가치가 있는 배움이었습니다.
모든 재능을 훌륭하게 타고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 나사가 하나쯤 빠진 것처럼 살아가지요. 그래서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잘 하는 것과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는 것입니다. 때문에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나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 수 있거든요. 그런 인식은 메타인지, 곧 나 자신을 잘 알고, 내가 가진 것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당신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라요.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실패를 실패로만 여기는 것입니다. 내가 잘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실패가 필요하고, 그 실패를 곱씹는 과정이 뒤따라야 합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곱씹을 줄 아는 용기는 문장을 조금 이쁘장하게 끄적거릴 줄 아는 것 따위보다 훨씬 훌륭한 자산입니다.
저는 당신이 꿈을 이루고 극작가로서 성공하기를 바라요. 언젠간 좋아하는 영화의 스탭롤에서 당신을 알아 볼 날이 올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제가 당신이 꿈은 이룰 수 있다고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당신이 수없이 받았던 C가 적힌 성적표들은, 그 실패와 좌절들은, 당신의 미래가 어떤 것이든 그 미래를 위한 소중한 거름이 될 것입니다. 당신이 그 실패를 외면하지만 않는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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