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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별 Jun 30. 2022

퇴사를 앞둔 당신에게

6월 30일의 악필 편지


출근을 할 때마다 하루치씩 죽어가는 것 같다는 한 마디가 제 마음에 쿡 박혔습니다. 하루를 보내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 될 때, 나의 일부가 점차 나의 것이 아닌 것이 되어가는 것을 느낄 때… 제가 당신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비슷한 경험을 겪어보았다고 한들 저는 저의 수렁에 빠져보았을 뿐인데, 감히 제가 당신의 수렁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편지를 쓰는 손이 유달리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의 고통은 더도 덜도 아니고 한 사람의 고통일 뿐이라고요. 첫 직장에서 평생 익숙해지지 못할 것 같은 일을 하느라 실수만발이었던 것, 아무도 당신의 피눈물을 알아보지 않은 것, 대신 집요하리만치 당신의 실수만 물고 늘어졌던 것… 누구든 각자의 수렁으로 밀어넣기에 충분한 일입니다.


깊은 수렁에 빠진 사람은 수렁 바깥조차도 두렵습니다. 언제 어떻게 지금같은 고통을 다시 맞닥뜨릴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다시 취업하는 것이 두려운 건 당연한 일입니다. 당신에게 삶이란 괜찮은 것이라고, 내일 하루는 더 살아 볼 만한 것이리라고 설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요. 결국은 저 또한 당신의 삶을 방관하는 타인입니다. 그런 제가 당신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대신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믿어 보지 않을래요? 삶이란 괜찮은 것이라고요. 하나뿐인 당신이란 사람은 참 소중하다고요. 그럴싸한 근거는 없지만 제가 그렇게 믿으니, 당신도 그렇게 믿어보지 않을래요?


그런 맹목적인 믿음에는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사랑이지요. 이 사람을 사랑할 근거가 없음에도 사랑하는 것, 이 사람을 미워할 이유가 차고 넘쳐도 사랑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다면 아시겠지요. 그런 믿음에는 이유가 뒤따릅니다. 사랑하기로 했다면 그제서야 사랑할 이유를 발견할 수 있지요. 그렇기에 사랑의 또다른 이름은 결단입니다.


저는 당신이 스스로를 사랑하기를 결단하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세상에 오로지 하나입니다. 그 삶에 새겨진 아픈 기억들은, 그 또한 오로지 하나입니다. 성공이 성공이기에 소중하다면 실패는 실패기에 소중하겠지요. 그 모두가 당신을 이루는 조각들이니, 저는 다시 바랍니다. 당신이 당신의 아주 작은 조각들까지 사랑하시기를요.


이제 당신은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신 말마따나 다 때려치우고 죽고 싶을 때까지 쉬어갈 수도 있지요. 아니면 다시 삶의 전쟁터로 뚜벅뚜벅 걸어갈 수도, 또는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안고 그리로 쫓겨갈 수도 있습니다. 다시금 깊은 수렁에 빠지거나 승전을 올리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어느 것이든 괜찮습니다. 그 모든 것은 당신이니, 저는 당신이 가져 올 이야기를 이 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편지를 보내 주세요. 답장으로 악필 편지를 매주 목요일 저녁 6시에 보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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