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의 악필 편지
왜 당신은 정말 별 것도 아닌 일에도 왜 그렇게 짜증이 났을까요? 귀찮은 연락이 왔다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틀렸다고, 동생이 좀 번거로운 부탁을 했다고… 평소에도 늘 있는 일인데, 왜 요즘따라 그런 일들이 그렇게 짜증스러웠을까요? 정말 당신의 마음에 문제가 생긴 걸까요?
그런 짜증을 참아내느라 참 고생하셨어요. 마음대로 짜증을 부릴 수도 있었을 거예요. 손에 잡히는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동생에게 버럭 화를 냈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면 속이 시원했겠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기를 선택했습니다. 자기 감정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당신이 성숙한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짜증이 자꾸 나는 게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셨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지쳤기 때문에 짜증이 났을 거예요. 밤새워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지치듯, 마음도 힘이 있고 그 힘을 많이 쓰면 지치게 됩니다. 당신의 짜증이 난다는 말은, 화풀이를 하고 싶은 충동을 자꾸 느낀다는 말처럼 들려요. 당신은 그 충동을 억누를 힘이 지쳐 떨어져 있는 상태겠지요.
충동은 당장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 행동에 뒤따르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지요. 내가 짜증난다고 핸드폰을 집어던졌을 때, 그 핸드폰의 수리비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귀찮게 구는 사람에게 화를 버럭 내고 소리를 지르지만 그 후에 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걸 고려하지는 않지요. 그런 마음이 충동입니다.
그 충동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힘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고 싶은대로 바로 행동하지 않고 자신의 만족을 지연하는 힘이지요. 문제는 우리가 언제까지고 그 만족을 지연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니까요. 단순하게 이야기한다면, 행복이란 자신의 욕망을 잘 이루는 삶이기도 합니다. 욕망은 적절한 때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야지, 무조건 참는 것이 의미있는 건 아닙니다.
당신도 많이 참으셨을 거예요. 일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면서, 갖고 싶은 것이 눈에 아른거려도 통장 잔고를 생각하면서… 지금 당신이 느끼는 짜증은 이미 너무 많이 참아서 ‘더 참기 어렵다’는 마음의 신호가 아닐까 해요. 그러니, 당신이 욕망하는 것을 조금은 허락해보시길 바라요. 아주 작은 것이더라도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하지요? 그런데 아무리 단 열매도 먹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요? 충동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내게 허락하는 자그만 만족이 더 오래 인내할 힘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주무시기 전에 치킨 한 마리 정도는 시켜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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