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이 비워진 자리에서 ①

비워진 자리의 호흡

by 해온



오늘은
굳이 적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무 일도 없었고
특별히 남길 말도 없었다.
아이도 평소와 같았고
집 안은 조용했다.
창밖의 빛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시계 소리만
하루를 넘기고 있었다.
이런 날에는
기록이
사치처럼 느껴진다.
말을 붙이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하루 같아서,
굳이 문장을 꺼내
이 시간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앉았다.
적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지 않아도 되는 날인지
확인하려고.
몇 줄을 쓰다 말고
손이 멈췄다.
생각이 비워진 자리에서
괜히 의미를 덧붙이면
이 하루가
조금 달라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노트를 덮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면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잘 지나온 하루는
꼭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존재한다는 걸
나는 이제 조금 안다.
기록은
항상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그냥 지나가도 되는 날인지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관중석에서
나는 가끔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
그것 또한
하루를 대하는
나만의 방식이어서.
관중석이 비워진 뒤,
나는 비로소
내 숨의 소리를 듣는다.
오늘도
아이의 시간을
아이에게 그대로 두었다는 사실.
결과보다
상처보다
말보다
나는
아이의 곁에
앉아 있었다는 것.
혹시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나는 안다.
오늘 그 자리에서
아이보다 더 많이
심장이 뛰었던 사람이
나였다는 것을.
그리고
아이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그 사실 하나로
하루를 건넌다.


— 하루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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