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함께 있는 법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 날들은
생각보다 길었다.
하루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던 침묵은
며칠을 넘어
하나의 상태처럼 이어졌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았고,
대답을 찾지도 않았다.
누가 먼저 말을 꺼낼지
정하지 않은 채
그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그저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집에 머물렀다.
아침이 오면 아침을 맞았고,
저녁이 되면 저녁을 보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는 집처럼
보였을 것이다.
아이의 하루는
아이의 방식으로 흘러갔고,
나는 그 하루를
앞서지 않으려 애썼다.
괜찮냐고 묻지 않았고,
다음은 어떻게 할 거냐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말을 하지 않는 일이
가장 어려운 선택처럼 느껴졌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서로의 마음을
불필요하게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같이 있는 법을
연습하고 있었을 뿐이다.
밥을 먹을 때는
숟가락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고,
문을 여닫는 일조차
괜히 의식하게 되었다.
말 대신
움직임이 먼저 신중해졌고,
나는 아이의 표정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지금은
무언가를 덧붙이기보다
그대로 두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풀이했다.
그 며칠 동안
우리는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았다.
대신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가고 있었다.
침묵은
벽이 아니라
거리였다.
도망치기 위한 거리가 아니라,
서로를
지켜보기 위한 거리.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함께 있는 법을 배우는 시간은
쉽지 않았지만,
그 시간 덕분에
우리는
서로를 더 망치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며칠은
의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