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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느내작가 Oct 03. 2022

에코 한가득, 노래방형 아파트

층간소음, 소음, 벽간 소음, 방음

우다다 다다닥 둥둥 쿵쿵 쾅 그리고 탁

아침부터 요란스러운 우리 집 위층의 발소리 에코다.

이사온지 한 달 차, 위층에는 귀여운 삼 형제가 살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엔 아이들이 뛸 수도 있지라는 생각에 귀엽게만 여겼지만, 오늘같이 철야를 하고 들어온 아침엔 견디기가 어려웠다. 이런 불편한 마음을 어떤 방법으로 표현을 해야 얼굴을 붉히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그래 직접적으로 통화하는 것보단 슬리퍼 선물과 함께 작은 쪽지를 적어 보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 이사 온 아래층에 살고 있는 주민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철야를 하고 돌아온 아침에 잠을 자야 하는데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발소리에 잠이 들 수 없어서요. 주의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와 슬리퍼 한 켤레 함께 위층 현관문 앞에 살며시 놔두고 돌아왔다.


그 후 잠들려나 싶을 찰나에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위층 사람이었다. 혹시 내가 쓴 쪽지가 불편했었을까? 하지만, 잠에 이제 막 들려고 했던 찰나여서 그런지 초인종 소리가 날카롭게 신경이 거슬리기 시작하였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노부부가 함께 계셨다. 말씀을 들어보니 우리 집 위층에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노부부가 살고 있던 것이었다. 그럼 매번 울리는 이 소리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쪽지를 읽어보시고 난감하셔서 내려오셨다고 하셨다. 상황을 설명드리고 위층에서 나는 소리인 줄 알았다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일단 상황을 정리하였다.


계속해서 들여오는 에코 덕분에 나는 점점 더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사실 설계를 하고 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층간 소음을 겪으니 너무 힘들었다.

아파트 슬라브 자체는 예전 아파트들과 다르게 슬라브 두께를 210mm으로 되어 있었고 층간소음의 문제 때문에 요즘에는 흡음재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의 도면을 구하여 흡음재까지 되어있는 아파트였다.


'흡음재는 사실상 소음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더니 이렇게 내가 겪을 줄이야.'


아파트의 구조를 벽식 구조가 아닌 기둥식 구조로 하게 되면 현재 소음에 노출되어 있는 것보단 줄어든다고 하지만 실상 많은 세대수를 뽑기 위하나 목적을 가진 시행사 그리고 시공사 입장에선 좋지 않은 방법이라 요즘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98% 이상 벽식구조이다.


'아파트가 벽식 구조라 어쩔 수 없는 건가?'

하지만, 벽식구조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온돌 형태의 바닥난방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습식 구조(시멘트 몰탈에 온수파이프를 매설하여 온수를 순환시키는 형태)의 온돌 난방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것을 건식 구조(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패널에 온수파이프를 취입해 조립하는 형태)로 바꾸게 되면 어떻게 될까? 검색을 해보았다.


찾아보니, 층간 소음뿐만이 아니라 단열 향상에 도움이 되고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새집증후군 완화에도 효과가 입증된다는 기사를 발견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을 쓰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역시 공사비 증가로 인한 문제일 테지. 그렇다면 바닥난방 말고도 다른 소음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관련 전공서적과 논문들을 찾아보니 아직까지 층간 소음에 대한 완벽한 차단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결국, 아파트를 시공할 때 최대한 신경을 써서 만들고 발망치인 사람들은 슬리퍼를 착용하고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층간소음 매트를 활용하여 이웃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방법이 최선인 것 같았다.


또한, 위층 아닌 아래층 옆집 등 다양한 곳에서 소리의 진동이 벽을 타고 들어오기 때문에 막연하게 위층에서 나는 소음이라 생각하고 보복성을 하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대한민국, 현대사회 80% 이상이 공동주택(아파트)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층간소음에서는 100% 자유로울 순 없지만, 가족보다 가까운 우리의 이웃들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게 되면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귀마개를 착용하고 자기로 하였다.


*벽식구조: 기둥 없이 벽이 천장을 받치는 형태로 위층의 바닥 소음이 벽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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