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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lㅡQuestion Dec 16. 2023

부르고스 성당 근처에서의 사색

나는 해외여행을 갔을 때 단 한 번도 한식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순례자의 길을 걷다 보니 칼칼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나는 한식집을 찾았지만, 없었고 평점이 높은 라멘집을 가게 됐다.

라멘은 한국에서 먹었던 식당들보다 훨씬 맛있었다. 그래서 라멘과 가라아케만 시켰었지만, 새우튀김과 다른 요리도 추가로 주문했다. 하지만 후회했다. 시장함이 최고의 반찬인 것과 마찬가지로 과식은 맛있는 음식도 맛없게 느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라멘을 먹고 나온 나의 눈앞에는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성당이 있었다.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한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구걸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No Coin"이라고 말하면서 내 호주머니와 가방을 툭툭 쳤다. 의사소통이 통했는지, 그분은 다른 곳으로 갔다.


나는 사색을 시작했다. 먼저 구걸하는 사람에 대해서 소정의 현금을 주는 것이 맞는가 하는 문제이다. 팜플로나 대성당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줬다. 정말 얼마 안 되는 돈을 주고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고작 몇 백 원으로 감사를 받는 게 맞는 것인가? 나는 순수한 마음에서 기부를 한 것인가?


무엇이 맞는 것일까?


내가 부유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나서인가?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강력한 불운의 작용이고, 이에 대해 사회가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알바를 시작했던 2017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정기 기부를 시작했다. 적은 금액이지만 나보다 운이 나빴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다.


하지만 노숙자로 사는 것은 강력한 불운의 작용일까? 만약 불운의 작용이라면 행운의 작용으로 얻은 부를 나눠야 하지 않을까?


회생불가능한 타격은 노력의 부재만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성적 생각의 존재로 원인을 방지할 수 있는 일도 있을 것이다. 이는 일반화시킬 수 없다. 태어나는 것은 자신의 의사개입이 불가능하지만, 파산의 원인이 되는 사건은 개인의 의사결정이 전부 배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뜨거운 태양을 피해 알베르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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