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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대기 May 31. 2023

좋은 말하기는 달콤하다

명료한 말하기가 정답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말하기"는 입으로 소리 내는 것은 물론 글자 등 생각을 표현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합니다.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단연 "목적"이 가장 중요하며, 목적을 잘 달성하는 말하기가 최고의 말하기라 생각한다. 목적이 친구를 웃기기 위한 말하기라면 친구를 웃기는 결과물을 달성하면 좋은 말하기이고, 감동을 주기 위한 말하기는 청자에게 감동을 주면 된다. 그렇다면 어떠한 말하기가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을까? 나는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즉 말하기의 내용물, 콘텐츠를 청자에게 오해 없이 전달하는 것이다.

분명한 말하기를 위해 나는 두 가지 방안을 고려했다. 첫 번째는 콘텐츠를 드러내는 것, 이를 위해 전달하려는 내용을 반복, 두괄식 등의 장치를 활용한다. 두 번째는 콘텐츠 외의 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강조하는 것은 존재감을 강화하는 것이며 한계가 있다. 그리고 존재감은 상대적인 것이기에 주변의 구성 요소의 존재감을 줄일수록 중심 콘텐츠의 존재감은 강화된다 생각하였다. 목적에 따라 콘텐츠와 그 영역은 달라지는데, 다양한 환경 중 비즈니스 환경에서 감정은 콘텐츠 외 요소로 생각되었다. 감정을 빼고 담백하게 핵심만 전달하기,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꽤나 좋은 말하기 방식 아닌가? 그래서 나의 비즈니스 말하기는 핵심만 말하기라는 기조를 가지게 되었다.

핵심만 말하기, 이는 비즈니스 말하기의 정답에 가깝다 생각했다. 책에서도 늘 언급되는 좋은 말하기 방법이고, 이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도 많이 존재한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핵심만 말하기가 충분히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왜 핵심만 말하는가? 초반에 언급했듯이, 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고 비즈니스 환경에서 그 목적은 대부분 청자의 행동을 기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함이다. 감정을 빼고 담백하게 핵심만 말하는 것은 내가 기대하는 방향을 선명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선명하게 전달하면 이를 듣는 청자가 오해 없이 목적을 이해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는 화자 중심적 생각이며, 청자는 목적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본인의 개인정 감정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즉 전달하는 콘텐츠는 청자의 감정의 필터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정도의 차이지만 오해는 반드시 발생한다. 즉 나는 내가 감정을 빼고 말하는 만큼, 청자도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해한다고 간주했지만 이는 무리한 기대였다.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청자는 사람이고, 사람은 감정을 지닌다.

말하기로 발생된 오해는 두 가지 오해로 나뉘어 목적 달성을 방해한다. 첫 번째 오해는 청자가 콘텐츠 자체를 잘못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대한 행동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 두 번째 오해는 청자에게 콘텐츠가 도달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말하기의 어조, 표현 등 장치적 요소로 인해 콘텐츠가 도달하기 전에 청자가 이해를 거부하는 것이다. 기존에 나의 말하기 기조인 핵심만 말하기를 통해서 첫 번째 오해는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오해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못한다. 감정을 빼고 핵심만 말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냉정하다, 딱딱하다 등의 불편한 감정을 야기할 수 있고, 이것이 청자가 콘텐츠를 수용하는 것 자체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말하기 기조를 수정하려 한다.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상냥하게 말하기로. 상냥한 표현은 청자의 콘텐츠 수용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콘텐츠에 대한 이해는 콘텐츠의 수용 이후에 발행하기에 나는 잘 수용되는 말하기를 위해 말하는 방식을 수정하려 한다.

지금까지의 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약효 좋은 말하기를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 말하기의 효과는 좋으나 쓴 맛으로 인해 복용 과정이 힘들어 사랑받지 못했다. 이제 약효와 함께 맛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약을 먹는 사람이 증가할 것이고 약효가 발휘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양약고구,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하지만 먹지 않으면 약으로써 의미가 없다. 의미 있는 말하기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달콤한 말하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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