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도구일 뿐입니다.
내가 소속된 조직에서 구매 전환율 10%를 개선했다. 이는 큰 성과라 생각되어, 올핸즈 미팅에서 발표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나는 사람들이 발표에 집중하지 못했나 생각되어, 근거 수치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래도 반응이 달라지지 않아, 나는 실망했다.
위 내용은 회사에서 누구나 겪을법한 예시다. 성과를 객관적 숫자로 전달했으나 의도와 다른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최종 목표에 집중하자. 개선된 구매 전환율 '10%'라는 숫자 그 자체를 청자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다. 구매 전환율이라는 중요한 지표를 크게 개선했음을 인식시키고, 이를 통해 나를 비롯한 조직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켜, 기여 인정, 지지, 보상 등의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즉 숫자를 포함한 메시지를 전달하여 특정 감정을 유발하고, 유발된 감정을 통해 내가 원하는 행동을 청자가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숫자 -> 메시지 -> 감정 -> 행동
그런데 숫자를 통해 직접적으로 행동을 유발하기 어렵다. 동일한 숫자도 청자에 따라 달리 해석하기 때문이다. 구매 전환율 10% 상승이라는 숫자를 누군가는 미미한 개선 정도로 인식할 수 있고, 누군가는 구매 전환율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개선된 구매 전환율 10%가 크고 중요하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이때 유용한 방법은 이미 청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감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매 전환율 10% 개선을 통해 월 매출 1억 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수년동안 캐시카우인 A상품의 월 매출이 1억 원이다. 이 상황에서 구매 전환율 10% 개선은 월 매출 1억 원으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런데 1억 원이 많은지 적은지 여전히 모호하다. 수많은 미팅에서 1억 원, 그 이상의 숫자도 자주 등장하여 큰 감흥이 없다. 그런데 구매 전환율 10% 개선은 수년간 엄청난 매출을 일으킨 A상품이 또 한 번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으로 표현한다면 A상품의 중요함,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공감대를 활용하여 구매 전환율 10% 개선이 크고 중요하다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다.
메시지의 핵심은 청자에게 의도된 감정을 일으켜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다. 메시지 속 숫자는 객관성을 강화하는 도구일 뿐이다. 메시지 속 숫자에 매몰되지 말자.
1. 메시지는 청자의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의도를 가진다.
2. 숫자는 직접적으로 행동을 유발하기 어렵다.
3. 행동과 연관된 감정을 숫자로 불러일으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