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날들만큼의 흙은 덮어주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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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이 좋다.
아침과 새벽의 경계가 사라지고 오로지 고요만 남게 해 줄 수 있는 수단. 조금은 예민한 내가 누군가들의 바쁜 움직임을 눈치채지 않게 하지 않는, 역설적이지만 나만의 각성제이다.
한편으로는 싫기도 하다.
술은 나 같다.
워낙 예민한 녀석이라서 잘못 다루다가는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놈이다. 그래서 받아들이는 놈이 준비가 안되어있을 때 받아먹으면 진상게이지가 올라간다. 근데 뭐 준비가 안되어있을 때 받아먹을라고 존재하는 녀석이라서.. 꼭 그게 존재이유는 아니지만 그런 이유 중에 하나잖아!!!
술을 먹다가도 혼자서 곰곰이 나를 마주할 때는 항상 술이 깬다. 같이 친해져 있다가도 도망가버리더라. 사랑 없는 놈. 쓰레기 놈!! 괜찮아.. 연거푸 들이마시면 되니까…..
아니 근데 이놈이 너무 친해지면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지 주장대로 간다니까? 이건 내가 아닌데.. 뭔가 나도 모르는 깊숙한 공간이 있나? 아니면 이놈도 무슨 자아가 있나? 에휴 생각해 보니까 지맘대로인 게 참 누구 같다.
하고 싶은 말 많은데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네? 술도 점점 깨는 것 같고? 음…………. 그럼… 뭐………. 라하지? 노래나 부르지 뭐…
그만 그만 그대가 나지 못하게~
오 아무리 애를 써도 기어코 나를 파먹고~
그러니 부디 내일은 살아나지 말아 달란다… 작사가가 정말 무시무시한 사람이다. 근데 노래할 때마다 눈빛에 슬픔이 엿보여서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언젠가부터 결핍 있는 사람들이, 또 그걸 절제하며 품는 사람들이 사랑스럽더라.
다음엔 결핍 얘기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