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 끝 무렵인 1970년대 말 교내 영자신문 편집국장이랍시고 으스대던 시절이 있었다. 민주화를 향해 불타오르는 당시의 거센 사회적 열망에 기름 한 방울 얹지도 못하는 의식수준이면서. 인문관 1층 구석의 영자신문사 사무실에서 자장면 시켜 끼니를 때우고, 무료하면 12현 기타를 두들기며 시간을 죽였다. 정규 과목 수강은 기사 마감 등을 이유로 과감하게 빼먹기 일쑤. 이렇게 낭만 아닌 낭만을 즐긴 덕에 훗날 음악 비전공자로서는 드물게 대중가요 작곡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는데…. 흐뭇한 추억도 많았지만 기억하기 싫은 일들 역시 적지 않았던 그때 그 시절.